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김 강사와 T 교수’, 그리고 초단시간 근로자>

728x90
반응형

 

유진오 헌법으로 불리는 초대헌법을 기초한 현민 유진오는 법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소설집필은 물론 문학평론에도 일가견이 있고, 현실정치에도 발을 들인 대단히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자전적 소설인 김 강사와 T 교수를 통해 일제강점기 지식인으로서의 김 강사가 생활인으로서는 대단히 무능한 이중적 지위, 그리고 강사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인 교수에 비하여 열등한 지위에 존재하는 냉정한 현실을 사실적인 묘사로 서술하였습니다. 물론 유진오라는 당대의 석학이 집필한 것이라 내용도 밀도높은 고급진 문장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1930년대에 유진오가 통렬히 비판한 비정규직 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근 1세기를 거치면서 아직도 진행형이라니 대단히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인문학을 전공한 김 강사는 수요가 존재했습니다. 다음 <기사>에 등장하는 클래식 교육계는 비정규직인 강사자리마저 구하기 힘든 암울한 상황입니다. 강사자리는 석, 박사 이상의 학업기간이 필요하며, 거액의 비용이 소요되는 고된 과정이지만 막상 학위를 취득해도 취업에 아무런 도움이 없다면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또한 인력낭비, 학력과잉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강사는 특히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217312 판결)에서 인생의 고난과 신산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판례는 직접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이 규정한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21세기 현대판 김 강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강사는 현실적으로 강의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근로시간에 해당합니다(근로기준법 제50). 그런데 강사가 강의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실의 강사는 강의 준비나 평가 등 행정업무에 필요한 시간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전제로 강의료가 책정이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의 준비나 평가 등 행정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비전업 시간강사인 원고들이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에 정한 ‘4주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 즉 초단시간근로자로 보았으며, 이를 판정하기 위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에 강의시수외 강의 준비나 평가 등 행정업무에 필요한 시간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은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하여 주휴와 연차휴가를 배제합니다. 위 대법원 판례 속의 시간강사는 얼마나 많은 한숨과 피눈물을 흘렸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유진오와 그의 저작물 김 강사와 T 교수로 돌아갑니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지위는 일제강점기에도 문제가 되었는데, 왜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는지, 그리고 그 막대한 교육예산이 왜 이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지 지하에 누워있는 유진오가 통탄할 일입니다.

 

<기사>
교육계 전반이 심각한 저출생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특히 클래식 교육계가 더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고학력의 유학파 출신 인재는 넘쳐나는 반면 음악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수억원 소요되는 해외유학을 거치지 않고선 제대로 된 직업을 찾기 어려운 학문의 특성상 강의 자리를 구하지 못 할 경우 당사자들이 받는 심리적 박탈감은 다른 학문에 비해 훨씬 큰 게 클래식 음악계의 실상이다. 제대로 된 자리를 찾지 못 한 석·박사 학위 보유자들은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10171?sid=102




<근로기준법>
18(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1항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에 기준이 되는 사항이나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대법원 판례>
. 근로기준법 제18조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 즉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정하면서(1),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이하 초단시간근로자라 한다)에 대하여는 주휴와 연차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3).
. 대학의 시간강사는 학교가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학사관리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통상 시간당 일정액에 강의시간 수를 곱한 강사료를 보수로 지급받는다. 대학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 수가 아니라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 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의 정함이 곧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시간강사가 대학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체 시간이 강의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강의시간만을 기준으로 초단시간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주휴와 연차휴가를 보장하되 근로시간이 매우 짧아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고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주휴와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217312 판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