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조어 중에 ‘엘리트스포츠’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선수들과 프로선수들을 아우르는 말인데, 학원스포츠나 실업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던 아마선수들과 프로무대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들이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의미에서 생성된 신조어입니다. ‘작은 물(아마)’과 ‘큰 물(프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선수들의 운동 자체는 동일하다는 것에 기인한 말입니다. 가령, 최강야구에서 활동하는 프로 미지명 선수와 프로 은퇴선수의 야구가 다른 것이 아님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경제학에서 인간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재화(goods)라고 하는데, 재화에는 당연히 통상의 재화는 물론 용역(service)도 포함합니다. 형태만 다를 뿐, 유형의 상품과 무형의 상품이 본질적으로는 같기 때문입니다. 보험상품이나 저축상품과 같은 무형상품과 빵과 과자같은 무형상품은 ‘상품’이라는 범주에 모두 동등하게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아마선수의 하나인 실업선수의 운동활동이나 프로선수의 운동활동도 본질적으로는 ‘노무의 제공’ 또는 ‘용역의 제공’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의 개념도 광의의 개념입니다. 각국의 실정법상 개별 노동법상의 노동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기사> 속에서 고용노동부가 아마선수를 중심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는 성격상 프로선수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기사> 속의 내용의 일부입니다.
법적 자문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이번 표준계약서(안)에는 야간과 휴일에 훈련, 경기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폭력과 성희롱 등을 당한 경우, 선수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의 해지 요건 등도 명확히 해 선수가 임의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문체부는 22일 온라인 공개 토론회 등을 거쳐 표준계약서 최종(안)을 확정해 내년 2월부터 시행한다. 앞서 고용부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전국 지방체육회를 대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근로 감독 대상 지방체육회 전체에서 모두 219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기사> 중에서- |
○운동이라는 본질에서는 동일하지만, 법률의 적용에서는 다릅니다. 아마선수들의 상당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기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선수나 프로선수나 훈련이나 시합 등은 대동소이함에도 적용법리가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사> 속의 ‘임의탈퇴’가 바로 그것입니다. 문화체육부가 주도한 ‘임의탈퇴’는 주로 ‘프로스포츠에서 징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독소조항입니다. 그러나 아마선수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선수등록제도가 실시되는 아마스포츠에서도 임의탈퇴제도로 사실상 징계수단으로 악용하여 선수등록에서 배제하여 운용된 것이 지난 관행이었다는 것이 문화체육부의 판단입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6. 27. 선고 2020도16541 판결)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기간제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조건 명시의무위반이라고 판시한 것이 마치 위 <기사> 속의 정부 부처가 아마선수와 프로선수 모두를 아우르는 ‘임의탈퇴’ 조항의 개정작업을 실시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 눈길을 끕니다. 기간제법은 과태료, 그리고 근로기준법은 형벌을 각각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양자 모두 근로자입니다. 아마선수나 프로선수나 본질은 스포츠선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법률적으로 별개인 점을 악용하여, 과거 프로스포츠의 간판격인 프로야구에서는 명시의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네 연봉을 올려주려면 맛동산(주: 해태타이거스의 모기업인 해태제과의 과자상품명)을 몇 개를 팔아야 한다.’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해태타이거스 선수들의 연봉인상요구를 거부한 것을 무용담으로 여기는 구단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의 지위에 있는 구단은 형평의 원칙상 임의탈퇴와 같은 내용을 명시하여야 합니다. 광의의 근로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스만 룰(Bosman rul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스만이라는 선수의 이적을 막은 유럽축구연맹(UEFA)의 규약을 EU영내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EU재판소에 소를 제기하여 얻어낸 규칙으로, 이 보스만판결에서는 프로스포츠를 아예 ‘근로자’로 못을 박았습니다. 따라서 임의탈퇴의 악용을 막기 위한 명시의무제도는 프로스포츠선수들에게도 적용될 근거가 됩니다.
<기사> 프로스포츠에서 징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임의탈퇴' 조항 개정이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늘(21일) 프로스포츠의 공정한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스포츠산업 진흥법 개정에 따라 프로스포츠 연맹과 구단, 선수 간담회 등을 거쳐 표준계약서(안)를 마련했다. 이 표준계약서(안)에는 선수와 구단의 의무와 계약 해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선수가 이적을 거부하면 '임의탈퇴'를 시킬 수 있는 조항 등을 삭제하고 구단이 임의탈퇴를 강요할 경우 선수가 정당하게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등 계약 해지에 대한 사유를 명확히 했다. 임의탈퇴한 선수는 원 소속구단의 동의가 없으면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없어 지금까지 임의탈퇴는 강력한 징계수단으로 사용됐다. 선수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임의탈퇴'라는 용어도 원래 취지의 맞게 '자발적 은퇴'로 바꾼다. 중략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076243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 및 지불방법을 포함하는데, 이 세 사항을 묶어서 ‘임금의 세부 사항’이라고 한다),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제17조 제1항),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114조 제1호).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때에는 근로시간에 관한 사항, 임금의 세부 사항, 휴일․휴가에 관한 사항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제17조), 이를 위반하여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아니한 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24조 제2항 제2호).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과 그 벌칙 조항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기간제법이 이와 거의 동일한 위반행위에 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하여 위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4.6. 27. 선고 2020도16541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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