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의 현실과 근로기준법상 정기불 원칙의 소중함>

○K-한류의 시초가 K-드라마이고, 아직도 세계인이 K-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닙니다. 그러나 공중파, 종편, 케이블은 물론 ott까지 드라마 제작에 진출하면서 드라마 제작비용이 급증하였고, 급기야 다음 <기사>에서 JTBC 임정아 예능제작본부장이 ‘현재 예능 슬롯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지는 않았다. 드라마 슬롯에 드라마가 들어오지 않아도 비워놓고 있다.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할리우드급이 됐다.’라는 멘트를 할 정도로 드라마의 제작은 모든 방송국의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드라마가 뜨면 국내 판권은 물론 해외 판권까지 대박을 치지만, 제작 자체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JTBC마저 드라마 제작을 고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신의 직장’ 중에서도 최상위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KBS가 2023년까지의 누적 사업 손실 전망치는 6,569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마저 있는 것을 보면, ‘캐쉬카우’의 대명사였던 드라마 제작의 위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방송법에는 예능, 보도 등 각 분야별로 편성비중을 법정하였습니다. 드라마는 방송국의 시각에서는 대박 아니면 쪽박을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드라마가 전 국민을 넘어 전 세계인이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과 별개로, 막상 드라마가 외부 용역사와의 용역계약의 실제에 대하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과거 1990년대까지는 방송국 내부에서 조명팀, 특수효과팀, 무술연기팀 등 자체 제작진을 꾸려서 운영하였지만, 외주화라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방송국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 공중파는 무용팀, 합창팀은 물론 경비팀까지 정규직으로 운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최근의 방송국은 언감생심인 옛날의 푸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제가 개인적으로 작성 및 법률검토를 한 어느 드라마의 ‘방송프로그램 제작관련 용역계약서’의 일부입니다. 무수히 많은 실무작업을 통하여 확인한 바로는 모든 방송국의 용역계약서는 대동소이합니다. 드라마 제작은 법률적으로 건설공사와 유사한 민법상 도급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제작 이후에도 일종의 하자인 NG장면이나 부적절한 장면 등의 검수가 필요합니다. 제작사는 이러한 검수가 종료된 후에 용역료를 지불합니다. 그런데 건설과 드라마 제작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TV방영이라는 점입니다. 드라마는 출연배우, 작가, 내용 등에 따라 광고와 PPL 등 스폰이 붙습니다. 방송국이 독자적으로 전액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런닝개런티나 판권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최악의 경우에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TV방영이 불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제작완료 후에도 방송국의 선택을 받지 못하여 사장된 드라마도 적지 않습니다. TV방영이 불발이 되면 출연배우는 물론 용역팀도 출연료나 용역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용역계약서가 ‘방영후’ 지급을 명문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용역계약서에서 ‘해당 월 용역완료 및 촬영일 검수 후 익월 15일 이내에 현금 지급’라는 문구가 삽입된 것은 해당 용역팀에서 TV방영이 불발될 경우라도 용역료를 받기 위함입니다. 아직도 이 문구가 없는 용역계약서가 다수 존재합니다.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건설일용근로자라도 근로기준법상의 정기불 원칙(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에 따라 노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자는 물론 용역팀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상당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며, 설사 근로자라 하더라도 관행상 정기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을 정기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드라마는 화려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현실에서 제작하는 용역팀은 영세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방송국에서 용역료를 연대보증하라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국의 입장에서도 광고 등의 문제가 있기에, 막바로 용역팀이나 배우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기도 곤란합니다. 이상은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드라마 제작의 현실이었습니다.

<기사> 제작비 상승으로 드라마 시장의 위축이 찾아왔다. 이것이 예능계엔 기회일까. 또 예능과 드라마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동 시간대 경쟁을 펼쳐야 한다. 다른 체급과 붙어야 하고 경쟁자 수도 기존보다 많아져 시청률에 대한 PD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이전보다 커졌다. 임정아 예능제작본부장은 "현재 예능 슬롯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지는 않았다. 드라마 슬롯에 드라마가 들어오지 않아도 비워놓고 있다.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할리우드급이 됐다. 지속적으로 퍼포먼스로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개별 예능 PD들이 가지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더 자극적인 소재, 센 그림에 대한 니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린 채널이고 가족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시청률의 압박과 자극의 선을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63141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방송프로그램 제작관련 용역계약서> 제 3 조 (용어의 정의) 본 계약상 “용역”이라 함은 “제작사”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하여 “계약자”의 인력 운용 및 기술의 제공 또는 장비의 대여, 제작, 설치, 조립, 해체, 철거, 운송 등에 대한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제 4 조 (용역의 범위) 본 계약 용역의 범위는 ‘별첨 1’의 용역제공 세부사항 및 이와 관련하여 기타 “제작사”가 요청하는 업무로 한다. “계약자”는 본 계약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용역일체를 제공해야 하며, 모든 장비의 운영, 설치 및 철거 작업을 “계약자” 자신의 권한(“계약자”의 관리책임자 지정)으로 처리해야 한다. “계약자”는 본 계약에 따른 용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제작사”와 사전 합의 하에 “제작사”가 보유한 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용역 업무 완료 즉시 “제작사”에게 원상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제 5 조 (용역대금 및 지급방식) 본 계약 용역대금 및 청구시기, 대금지급 조건은 ‘별첨 1’의 용역제공 세부사항 에 의한다. “계약자”는 본 계약에 명시된 용역대금 이외에 “제작사”에게 일체의 금액 또는 현물의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 본 방송 프로그램의 형식에 변경이 있을 경우(프로그램 회차의 증감 등), “제작사”와 “계약자”는 합의 하에 용역대금을 변경할 수 있다. ‘별첨 1’ [용역제공 세부사항] 중략 4. 용역대금 및 청구시기, 대금지급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