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마신 물은 젖이 되고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된다(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
○1994년은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했던 해였습니다. 무난히도 더워서 사람들이 힘겨워할 때 천하의 빌런 김일성이 죽어서 나름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해에 국민을 더 시원하게 만든 것은 국민드라마 ‘서울의 달’이었습니다. 한석규가 제비족으로 변신하여 부질없는 야망을 달성하려는 헛된 노력이 인상적인 드라마였습니다. ‘경부선춤’이라는 김영배의 밤무대춤도 등장했고, ‘꽃뱀’이나 ‘자해공갈단’이라는 이색직업(?)도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인기도 뜨거웠지만 비난여론도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반드시 선과 정의가 지배하는 판타지를 그릴 수는 없습니다. 당장 영화만 보더라도 악마가 바글거립니다.
○‘서울의 달’이 뜨거운 인기를 누린 것은 현실에서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며, 권선징악이 방송국 드라마의 클리셰였습니다. 방송국의 드라마는 도덕교과서여만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회색입니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셨냐, 아니면 뱀이 마셨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인지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오로지 방송국의 드라마만 외면하였습니다. 국민이 이러한 야누스같은 현실을 인지하는 것은 법률이 설정한 중립적인 제도라도 빌런을 양산하는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차가운 현실에서 직접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상속이라는 법률상의 제도로 인하여 상속세의 과중한 부담 논쟁, 그리고 구하라 친모의 파렴치한 행동, 상속권자들 간의 유혈분쟁 등을 연상하면 중립적인 법률상의 제도가 야누스처럼 변신할 수 있는 현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돈 자체는 자본주의경제의 버팀목이지만, 인간의 추악한 면이 발현되는 매개장치인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시민도 빌런이 되는 동기의 으뜸은 단연 돈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취업빌런’과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근로자 보호장치, 그리고 부당해고구제신청과 국선대리인제도도 빌런의 유발장치입니다. 국선대리인이나 국선변호인 등 각종의 제도는 힘없고 약한 시민들의 도우미로 기능하라고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인 제도입니다. 마치 로마의 호민관처럼 기능을 기대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법률은 악마라는 괴물이 숨어있습니다. 제도의 남용과 악용이 바로 그 악마입니다. 다음 <기사> 속의 ‘취업빌런’은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보호제도를 악용하여 악마가 되었습니다. <기사>에서는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분쟁 기간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사업장을 전전하면서 영세 업체들을 상대로 해고를 유도한 후 사소한 잘못을 트집 잡아 월급과 합의금을 뜯어내는 취업빌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사소한 잘못’이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각종 보호장치를 사업주가 전부 이행하기 어렵거나 인지하기 어려운 사정을 말합니다.
○<기사> 속의 취업빌런은 지각 자체는 해고사유가 아니라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해석을 악용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선대리인을 선정한 것은 악용의 끝판입니다. 당초부터 노동법 지식에 약한 사업주를 뜯어먹으려는 의도로 해고를 유도했으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정책자금으로 설정하고 유지하는 국선대리인제도를 파렴치하게 이용하는 상황을 고발한 것입니다. 현실에서 이렇게 ‘합의금 장사’를 하는 취업빌런은 꽤나 많이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도 각종 공적연금빌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역기능입니다. 법률은 끊임이 없이 진화하는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기사> 속의 빌런 때문입니다.
<기사> 근무일 27일 중 25일을 지각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취업 빌런(악당)' 사례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경직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12부(채성호 부장판사)는 해고된 음식점 직원 A씨가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A씨는 대구 북구의 한 음식점에서 2023년 9월 14일부터 월 300만원을 받으며 음식 조리 등 주방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잦은 지각을 이유로 업주로부터 서면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262888i <노동위원회법> 제6조의2(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권리구제 대리) ① 노동위원회는 제2조의2제1호 중 판정ㆍ결정ㆍ승인ㆍ인정 및 차별적 처우 시정 등에 관한 사건에서 사회취약계층을 위하여 변호사나 공인노무사로 하여금 권리구제업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변호사나 공인노무사로 하여금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권리구제업무를 대리하게 하려는 경우의 요건, 대상, 변호사ㆍ공인노무사의 보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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