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과 여론조사 등 선거 기사가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꽉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음 <기사>에서 보도하는 내용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모든 언론사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것입니다. 과거 유명 CF 속의 멘트,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멘트처럼 사회이유도 움직인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그러나 화물연대에서 제기한 화물운임이라는 쟁점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기사> 속의 사안은 화물연대가 자신들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형벌 등의 제재가 ILO(국제노동기구)에서 금지하는 ‘단결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진정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유엔전문기구인 ILO에 한국은 노태우 정부시절인 1991. 12. 9. 152번째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결사의 자유는 유보를 한 상태였습니다. ILO의 결사의 자유를 유보한 것은 ILO에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넓게 인정하여 공무원, 교사 등의 노동조합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보수정부인 노태우 정부에서 수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튼 오랜 세월이 흐른 2021. 2. 26.에 이르러 비로소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기본협약인 제87호 및 제98호 협약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를 통과하고 2021. 4. 20. 비준서를 기탁하였고 현재는 국내법적 효력이 발효된 상태입니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기본협약들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며, 각 조항의 의미는 ILO 산하 이행감독기구들의 해석에 의해 구체화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정부에 의견을 제출한 것은 ILO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입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를 포함한 역대 ILO이행감독기구들의 해석은 그 자체로는 권고적 효력을 가지지만, 그 해석적 권위는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내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ILO의 협약에 대한 공권적 해석을 무시하는 경우에는 ‘노동탄압’이라는 시비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무역협상에서 통상마찰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EU FTA협정에서 EU 측이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의 수단으로 이미 활용을 하였습니다. 그 실질적인 원인은 EU의 고질적인 실업대란이지만 적어도 대외적 명분이 노동자보호이기에, 마냥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기도 어려운 것이 지난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점이 있습니다. 화물연대를 구성하는 상당수가 지입차주 등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님에도 단결의 자유를 누리는가, 하는 점입니다. ILO에서는 단결권의 적용대상이 되는 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반드시 근로기준법 등 실정법에 기반한 고용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넓게 인정합니다. 따라서 고용형태나 계약의 유형,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의 지위와 무관하고, 심지어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근로자도 결사의 자유를 누립니다(예, 실업자노동조합). 협약이 인정하는 차별금지 원칙의 유일한 예외는 군대 및 경찰입니다(협약 제9조). 따라서 지입차주 등 화물연대 구성원들은 ILO가 채택한 광의의 근로자로 포함이 되며, 결사의 자유를 누린다고 봐야 합니다.
<기사>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내린 업무복귀 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되므로 한국 정부가 이들 노동자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또 개인 운송업자에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필요 조처를 촉구했다. 아이엘오는 1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350차 이사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결사의 자유 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업무복귀 명령을) 지키지 않은 이들이 3년 이상 징역형과 3000만원 이상 벌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업무복귀 명령 발동은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d)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일차적으로 2500여명의 시멘트 운송 부문 노동자한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시멘트 부문 조합원 파업을 사실상 금지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2022년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이를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파업을 11월24일부터 벌였다. 이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업 엿새 만인 11월29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군용 차량 등을 동원해 대체 수송에 나서는 등 파업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물연대는 결국 12월20일 정부의 이런 조처가 아이엘오 결사의 자유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21년 4월 결사의 자유 관련한 87·98호 협약을 비준해 2022년 4월부터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 진정 결과가 15달 만에 나온 것이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당시 화물연대의 파업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결사의 자유 협약이 인정하는 파업 제한 요건에 해당한다’는 한국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철강 부문 트럭 노동자의 작업 중단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며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81008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 명령)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④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ILO제87호 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 협약」 제2조: <자유로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노사의 권리> 제2조 근로자 및 사용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사전 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여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 는 권리를 가진다. |
○이번에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지적한 문제는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근거한 정부의 명령입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제재적 조치이기에, 사실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의미입니다. 예상대로 정부는 ‘권고적 효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법적 효력을 지닌 ILO협약에 대한 ILO의 공권적 해석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를 주장하면 ‘빨갱이’라고 비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합법화가 된 사실이 상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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