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당쟁DNA가 골수에 사무친 한국인이기에, 보수·또는 여·야의 극한대결이 한국정치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회를 뜻하는 영어인 ‘Parliament’의 어원이 말로 하는 싸움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처럼, 집단 간에 대립은 사람의 본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비록 외부에 덜 알려졌어도 사람의 모임인 노동조합에도 과거부터 정차 간에 대립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복수노조의 시대를 맞이하여 각 노조 간에 비난전은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본래 노동조합은 선명성경쟁이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인데, 복수노조시대는 실은 선명성경쟁을 합법적으로 양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판결)은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선택과 관련하여 일부 허위의 사실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게 한 피고인에 대하여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종전의 허위사실적시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존중하면서도 복수노동조합 간에는 가급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을 신중히 하는 법리를 전개하였습니다.
○사안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인 피고인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소속 성명불상자로부터 부산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단체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을 선택하려고 하니 전공노를 홍보할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번 상급 단체 결정을 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하였는데, 문제의 글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고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공노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잘못된 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대한 유죄판결의 쟁점이 허위사실여부에 대한 것임을 전제로, 허위사실여부의 판단을 개별적인 문구나 어휘 등에 구애됨이 없이 전체적으로 판단을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 부분을 분리하여 별개로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89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의 기존의 법리를 전개하면서 당해 사안은 전체적으로 보아 의견의 표명으로 보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모두 부정했습니다.
○비록 별개의 범죄이지만 허위사실을 이용하여 행해지는 범죄라는 점에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 업무방해죄는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범죄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양 범죄의 허위사실의 개념을 동일하게 이해하여 법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란 말을 하다 보면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고 일부의 사실을 과장하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이점을 주목한 것이라 봅니다.
<형법> 제313조(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대법원 판례>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포한 대상이 사실과 의견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도19159 판결 등 참조)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 부분을 분리하여 별개로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89 판결 등 참조) 반드시 기본적 사실이 거짓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기본적 사실은 진실이더라도 이에 거짓이 덧붙여져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580 판결 등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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