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은 딱딱하고 생경한 문장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정형적인 문장이라 판사의 개성이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결문 중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원청업체 사업장의 점과 대체인력 투입방해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의 드문 명문장이 등장했습니다.
○문제의 명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내하청은 원청업체의 생산라인의 일부공정을 하청 받은 사업자가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대법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사내하청 근로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이며 불법파견근로라는 점을 판시했듯이, 사내하청과 원청은 장소적, 기능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생산공정도 동일한 사업장 내부입니다.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법리구성과 무관하게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생산활동에 따라 원청업체, 나아가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 그리고 원청업체 노조(일명 ‘본조’)들도 생산이익을 향유합니다. 실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위험한 공정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법률적으로 원청과 하청은 별개라는 이유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서자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위 판결문은 이러한 현실을 중후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판결에서는 쟁의행위기간 중에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제1항을 들어서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 행사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의 죄책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역시 명판결입니다.
○대법원의 구성이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는 나중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법률의 본질에 부합하는 명판결의 등장은 시민의 호응과 성원을 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 ①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②사용자는 쟁의행위기간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은 필수공익사업의 사용자가 쟁의행위 기간 중에 한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주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④제3항의 경우 사용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파업참가자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채용 또는 대체하거나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있다. 이 경우 파업참가자 수의 산정 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의 방식·기간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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