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스포츠영웅으로 김일, 차범근, 그리고 홍수환이 있었습니다. 전2자의 스포츠중계 캐스터는 이제 고인이 된 이철원 아나운서였고, 홍수환의 승전보를 중계한 캐스터들 중의 하나는 얼마 전 고인이 된 원종관 아나운서였습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방송국의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뉴스, 날씨, 나레이션, 오락은 물론 음악방송의 DJ, 심지어는 배우까지! 아나운서는 방송국의 만능해결사였습니다. 당연히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생긴 이래 경쟁률은 엄청났습니다. ‘여자 아나운서는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전직 아나운서 이계진 씨의 자부심은 당연했습니다. 그 엄청난 인기는 자연스럽게 많은 아나운서들을 프리랜서(일명 ‘프리선언!’)로 이끌었습니다. 때로는 존재감이 없는 방송인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상급 연예인으로 등극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마침내! 아나운서는 결혼용 스펙으로 쓰이거나 프리랜서 입문을 위한 관문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인생이 이렇게 풀리는 것은 ‘공중파’, 그리고 ‘정규직’ 아나운서에 한합니다. 종편이나 케이블, 그리고 지역방송의 ‘프리랜서’ 또는 ‘계약직’ 아나운서는 그냥 출발부터 불안정한 신분의 근로자에 불과합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이렇게 양극화가 고착되었습니다.
○현재 ‘정규직’으로, 즉 과거 뜨거운 위상을 지녔던 아나운서는 공중파에서밖에 채용하지 아니합니다. 나머지는 계약직이거나 프리랜서에 불과합니다. 현실에서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잘나가는, 즉 전직 정규직 공중파 출신 아나운서 외에는, 대부분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 근로자입니다. 아나운서의 역할이 크기에 모든 방송국에서 이들의 수요 자체는 큽니다. 그러나 케이블이나 종편, 그리고 지역방송 등 많은 미디어들은 수입이 열악합니다. 유튜브라는 괴물 외에 방송 플랫폼이 다양하기에 광고수입 등 주된 수입구조가 열악합니다. 아니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나운서 수요는 폭증하지만,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여력이 모자랍니다. 이제 국내 최고 방송국인 KBS마저 프리랜서(라고 쓰고 그 실질이 계약직인) 아나운서를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기사1>의 내용은 바로 이것을 담고 있습니다. 계약직 근로자는 기간제근로자입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연예인과 대동소이하게 위임계약(출연계약) 관계에 따른 수임자라고 사용자, 즉 각 방송국들은 강변하지만, 기존의 정규직 아나운서와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것을 매의 눈을 지닌 판사를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대법원부터 각급 법원은 대체적으로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지닌 아나운서들을 기간제근로자로 판단했습니다. 그나저나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지닌 아나운서들을 지속적으로 기간제근로자로 판단해도 공중파 방송국 외에 나머지 방송국들은 줄기차게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1). 아나운서 수요 자체는 모든 방송국에서 무궁무진하다는 점 외에, 다른 한편으로는 2). 공중파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국들은 재정상태가 ‘메롱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아나운서의 굳건한 위상이 이렇게나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학원은 문전성시라는 소문입니다.
<기사1> KBS에서 '프리랜서' 신분으로 4년 동안 일하다 해고 통보를 받은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KBS로부터 업무 배제를 당하고 법적 다툼한 지 4년 2개월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아나운서 A씨가 KBS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A씨가 KBS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21일 확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앞서 A씨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씨에 대한 KBS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21456?sid=102 <기사2> 기상캐스터와 앵커·취재기자·라디오 진행을 도맡았던 울산방송(UBC) 프리랜서 직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이 법원에서 잇따라 인정되는 추세다. 올해 2월에는 KBS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항소심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바 있다. 7월에는 MBC 방송작가의 근로자성도 1심에서 인정됐다.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울산방송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방송사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A씨는 2015년 12월 울산방송과 저녁뉴스 기상캐스터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일하기 시작했다. A씨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취재기자 업무도 겸했다. 이후 사측이 2020년 6월 기상정보 코너를 폐지하자 A씨는 아침뉴스의 앵커를 맡았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591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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