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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갱신기대권과 기간제근로자 재고용기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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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대다수가 팬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질 시점에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이경규가 아주 오래전에 히트시킨 유행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별들에게 물어봐!’입니다. 별들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물어본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그래서 별들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문제의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해결책 내지 답변을 기대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별들에게 물어볼 만한 막연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있습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9.11이 터질 것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IMF 구제금융도 아무도 몰랐습니다. 미래의 일에 대한 완벽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질문도 무의미합니다. 사법의 영역에서는 미래란 더욱 의미가 없습니다. 사법이란 본질적으로 과거의 사건에 대하여 법률적 의미를 법관이 부여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H.카가 역사를 과거와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를 하였는데, 법관이야말로 과거의 인물들을 소환하여 그들이 행한 행동에 대하여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법률적 판단을 하는 역사가입니다. 법원의 판결이란 당사자들의 역사적 사건의 기록물이라는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관은 기대권이라는 미래의 시점에서 발생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가정적 상황에서의 권리의 인정에 무척이나 소극적입니다. 기대권의 족보는 독일입니다. 독일어의 Anwartschaftrechts라는 것을 번역한 것이 기대권입니다. 원조인 독일은 물론 그것을 소개한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대법원이 기대권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한 권리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정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불문법상의 권리로 거의 유일하게 대법원이 화끈하게 인정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갱신기대권이라 불리는 기대권입니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원이 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은 주로 기간제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1).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명문의 규정을 둔 경우와 그에 준하는 경우, 2).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을 인정합니다. 대법원이 후자의 경우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갱신기대권이 불문의 권리라는 점에 기인합니다.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원칙적 상황에 대한 예외적 상황을 상정하고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에,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부정되는 것이 논리적 귀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275925 판결)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갖는다고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었던 사례들이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된 시점이라는 점을 주목하여 정년이 경과된 후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되는 상황도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의 문제라는 동일한 맥락의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정년퇴직자를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하는 것에 관한 규정은 없었지만, 해당 사건의 재고용제도는 사용자의 모회사의 정년이 연장되자 그 모회사보다 긴 정년을 적용받는다는 전제로 피고 회사, 즉 사용자인 회사로 전직하였던 근로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보이는 점, 상당한 기간 동안 정년퇴직자가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회사와 그 근로자들 사이에는 정년에 이르더라도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는 정년 후 피고 회사의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판단하여 갱신기대권과 동일한 법리로 재고용기대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참고로, 정년도래 후 재고용은 주로 촉탁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85997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27592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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