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통용되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선수가 언제나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실증적으로도 이미 오래전에 판명이 났습니다. 박찬호를 아들이라 부르면서 아꼈던 고 라소다 감독이 바로 그랬습니다. 실은 프로스포츠를 넘어 아마스포츠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고 끊임이 없이 분석하고 선수들과 호흡을 하는 것이 관건이지 직접 선수로 뛰었던 경험은 단지 참고사항에 불과합니다.
○교육의 영역에도 스포츠에 이런 경험적 사실을 직접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교사의 질적 차이가 존재하면 열정만으로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학창시절에 실력이 부족한데, 그냥 학생들을 닦달하는 교사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젊은 교사들이, 비록 상대적이지만, 늙은 교사보다 열정적이라는 점입니다. 호봉수가 올라간다고 하여, 즉 월급을 많이 받는 교사가 더 성의있게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을 넘어 확신의 대상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1타강사’라는 말이 대입수험생을 넘어 성인의 일상생활에서도 통용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1타강사의 면면을 보면 반드시 학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MLB 등 프로스포츠의 사례가 은연중 떠오릅니다.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들립니다. 기간제교사보다 정교사가 실력은 더 좋을 수는 있어도 가르치는 스킬이나 능력이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교사는 프로스포츠의 1군이고, 기간제교사는 2군이라는 식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피교육자의 시각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음미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기사>에 실린 법원의 판결이 눈길을 끕니다. <기사> 속의 사안은 정교사에 비하여 호봉제와 같은 승급제도의 배제가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적인 쟁점입니다. 1심과 2심은 판단을 달리했는데, <기사>는 2심 법원은 ‘이어 '기간제 교원은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의 직위에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교육공무원법 32조 2항을 근거로 "이들이 차별적 처우 여부를 논할 비교집단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판시했다고 소개합니다. 2심법원이 정교사와 달리 기간제교사에 대한 호봉제의 배제가 정당하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는 기간제교사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은 임용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이상하게도 제2항에서는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의 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는 것과 제3항에서는 임용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종료됨을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교육공무원법상의 이 조항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의 무기전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기간제교사의 교육경력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도 1타강사나 기간제교사, 나아가 정교사의 교육내용 자체는 모두 동일하기에 의문이 있습니다. 이들이 가르치는 미분과 적분의 내용이 달라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이란 호봉이라는 이름의 계급장을 떼고 피교육자인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왜 정교사가 더 우월한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나아가 교육공무원법상의 기간제교사의 차별 자체가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조항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기간제법 제8조 제2항은 차별적 처우의 법률적 정의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해당 기간제근로자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와 비교하여 차별적 취급을 받는가를 고려하여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실은 이러한 법률적 정의는 합리적 차별의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1타강사, 기간제교사, 그리고 정교사를 여기에 대입하여 보면, 모두 동일한 비교집단, 즉 동일한 학과를 강의하는 집단에 속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학생들의 시각에서 누가 더 잘 가르치는가를 고려하여 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단지 교육공무원법상의 조문을 근거로 정교사집단과의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는 2심법원의 판단이 아리송합니다.
<기사> 매년 호봉이 승급되는 정규교사와 달리 기간제교사는 고정급을 받게 한 공무원 보수 규정에 대해서도 "단기간의 임기를 전제로 임용계약 체결 시마다 보수를 획정하는 기간제 교원의 특성에 비춰볼 때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경기도가 기간제 교사들의 퇴직 시 가족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부분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간제 교원이 현장에서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부담이 정규 교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간제 교원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제도의 바람직한 운용 방향에 관해 더욱 무겁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967240?sid=102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기간제교원) ①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교원의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 1. 교원이 제44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로 휴직하게 되어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 2. 교원이 파견ㆍ연수ㆍ정직ㆍ직위해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직무를 이탈하게 되어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 3.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 4. 교육공무원이었던 사람의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② 제1항에 따라 임용된 교원(이하 “기간제교원”이라 한다)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아니하며, 같은 항 제4호에 따라 임용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의 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 ③ 기간제교원에 대하여는 제43조제2항ㆍ제3항, 제43조의2, 제44조부터 제47조까지 및 제49조부터 제51조까지,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제70조, 제73조, 제73조의2부터 제73조의4까지, 제75조, 제76조, 제78조, 제78조의2, 제79조, 제80조, 제82조, 제83조제1항ㆍ제2항 및 제83조의2를 적용하지 아니하며, 임용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퇴직한다. ④ 기간제교원의 임용에 관하여는 제10조의3제1항 및 제10조의4를 준용한다. <대법원 판례> [1]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 [2] 갑 공단의 취업규칙에 정규직인 일반직 직원의 초임연봉을 정할 때 공기업 근무경력 등을 100%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그 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비정규직인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의 초임기본연봉을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 시에 받은 보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등급의 금액으로 하도록 정한 부칙조항을 신설하여, 을 등이 비정규직인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한 기간이 산입된 초임연봉등급을 받지 못한 사안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비정규직인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을 등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되거나 정규직 내의 직렬 통합에 따라 일반직으로 자동 전환된 직원들 사이에는 임용경로에 차이가 있고, 갑 공단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할 의도로 형식적으로만 임용경로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상자에 따라 일반직 임용경로가 다르게 적용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며, 임용경로의 차이에서 호봉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므로, 을 등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된 직원들 또는 정규직인 업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자동 전환된 직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부칙조항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
○그런데 <기사> 속의 2심법원이 ‘다만 재판부는 "기간제 교원이 현장에서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부담이 정규 교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간제 교원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제도의 바람직한 운용 방향에 관해 더욱 무겁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라는 사족을 붙였다는 것은 판사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들이 내린 판결이 뭔가 찜찜함이 묻어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들이 당당하게 판결을 내리면 족한 것을 왜 이런 사족까지 붙이는지 더욱 아리송합니다. 교육이란 전형적인 공공재입니다. 수요자인 학생들의 시각을 배제하는 것은 교육제도의 본질에도 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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