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을 전후하여 귀여운 소가 ‘워워’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떠오르는 롯데우유 TV광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출산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기였기에, 우유를 먹거나 치즈, 빵, 과자 등 우유가 원료인 식품을 소비하는 인구가 많아서 우유를 주력제품으로 하는 식품회사가 지금보다는 경영환경이 나았습니다. 롯데우유도 당시 아이들에게는 꽤나 인기있는 우유였습니다. 물론 제과업계 라이벌인 해태우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태우유는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푸르밀로 변신한 롯데우유도 지금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저출산의 후폭풍으로 우유제품을 필두로, 아동복, 학생복, 학원, 출판사, 대학가 주점 등 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업은 줄줄이 사업축소나 폐업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푸르밀과 경쟁업체와 비교하면서 ‘다른 유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및 케어푸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푸르밀 경영진의 안이함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난도 의문이 있습니다. 푸르밀 경영진이 바보가 아닌데, 경쟁업체의 영업활동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도 승산이 뚜렷하지 않았기에 시도를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푸르밀은 ‘폐업’이 아닌 ‘사업종료’라는 방법을 택하였고,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해고는 노동법에서 중요한 테마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제27조에 서면에 의한 해고를 통지하도록 법정하고 있습니다. 푸르밀 측은 전 직원에게 서면이 아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가 유효한가 의문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조문에 기재된 문구를 중시하는 문리해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원칙도 중시합니다. 엄격한 어음요건에 있어서 발행지 미기재의 어음도 유효하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98. 4. 23. 선고 95다36466 전원합의체판결)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메일로 해고통보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관문이 남습니다. 푸르밀에 대한 <기사>를 종합하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검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호는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저출산율로 인한 경영환경의 악화는 해석 여하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규정된 휴업수당의 요건 중 ‘사용자의 귀책사유’의 개념 해석과 동일하게 ‘사용자의 세력범위 내’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코로나19사태를 맞아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노동관계법 주요 Q&A’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부품업체 휴업에 따른 부품공급 중단이나, 예약취소·매출감소 등으로 인한 휴업은 사용자의 세력범위 안에서 발생한 경영 장애로서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라고 서술하면서 ‘사용자의 세력범위’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하였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손해는 유업계에 공통된 것이기는 하지만, 커피음료시장의 진출 등으로 나름 선방하는 사업체가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푸르밀 측의 귀책사유는 사용자의 세력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결국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들과 일절 협의가 없었고 보상 방안도 없었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상’이란 노동법에 없는 내용이므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푸르밀 측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문제는 ‘협의’입니다. 푸르밀의 누적 적자가 사업종료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전 직원에 대한 해고는 사실상 정리해고라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이 법정한 절차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여기에서 분쟁의 씨앗이 생깁니다. ‘폐업’이 아니고 ‘사업종료’인 상황, 그리고 법인은 일단 그대로 두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상적인 폐업이라면 사업 자체가 종료되기에 정리해고절차는 불필요합니다. 정리해고는 사업은 유지하되 인원을 정리하여 해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중에서는 부가세 수백억 때문에 폐업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것은 폐업이지만, 단지 폐업신고 등 실질적인 폐업절차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다는 것은 바로 진정한 폐업여부를 조사한다는 것입니다. 위장폐업이라면 정리해고를 규율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푸르밀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잇따라 불발되면서 사업 종료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SPC그룹과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사업 종료를 택한 것은 이미 시장 경쟁력이 뒤처져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유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및 케어푸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업계에서도 범롯데가인 푸르밀의 사업 종료 결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매각 절차로 갈 줄 알았는데 사업을 종료한다니 충격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리 해고를 통보 받은 푸르밀 임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해고 통보 전 임직원들과 일절 협의가 없었고 보상 방안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푸르밀 노동조합 측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행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이날 신동환 대표이사를 비롯한 신씨 오너 일가를 강력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푸르밀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신준호·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며 “강력한 투쟁과 생사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한다”고 밝혔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018_0002052171&cID=13001&pID=13000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2.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3.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③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여기서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3조는 “이 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출력이 즉시 가능한 상태의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다를 바 없고 저장과 보관에서 지속성이나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도 있는 점,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단지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1>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중요한 건물, 설비, 기재 등의 소실과 같이 천재, 사변에 준하는 정도의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경우로서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단순히 불황이나 경영난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생산차질, 거래선 이탈 등 영업활동 위축으로 인한 폐업의 경우 사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경우로서 해고예고의 예외가 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근기 68207-914, 2003. 7. 21.) <고용노동부 행정해석2> 기업의 부도로 인한 사실상의 도산이라는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사업계속이 불가능한 경우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근기 68207-2320, 2000. 8.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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