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계를 넘어 세계적인 철학자 칸트의 어록 중에서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행동하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은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입법의 원칙, 즉 인간존중의 태도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보편적 입법의 원칙이 인간존중의 태도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칸트의 그 유명한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언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칸트의 철학구조는 헌법의 최고원리인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헌법의 해석으로는 노동의 가치를 직접고용 근로자는 물론 간접고용 근로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Q&A방식의 해설기사인데, 특이하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직접적으로는 파견근로관계에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다루고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인간존중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근로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구현하고 있으므로, 산재사고는 고용에 따른 불가피한 손해라는 산재보험상 사업주책임의 법리를 확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법률이론이란 실정법의 한계가 있습니다. 실정법의 해석원리이기도 하지만, 실정법의 언명을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 제34조는 근로기준법의 구체적 적용기준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은 동시에 파견근로의 적용한계를 규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파견근로와 직장 내 괴롭힘금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 제34조는 이것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해석론이 아닌 이론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기사> Q. 저는 파견회사 소속인데 근무 중인 회사(사용회사)의 정규직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면 신고 가능한가요? 노동청에 물어봤더니 소속이 달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고했다가 긁어 부스럼 될 것 같다며 취하하라고 해서 조사까지 받았다가 취하했습니다.(2024년 5월, 닉네임 ‘초롱초롱 네오’) A. ‘소속이 달라서’ 안 된다니, 대체 어느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그딴 얘기를 했어요? 사실이 아닙니다. 파견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사용사업장에서 일하다 정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 당연히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하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조사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2011다6024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91874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근로기준법」의 적용에 관한 특례) ①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용자로 보아 같은 법을 적용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15조부터 제36조까지, 제39조, 제41조부터 제43조까지, 제43조의2, 제43조의3, 제44조, 제44조의2, 제44조의3, 제45조부터 제48조까지, 제56조, 제60조, 제64조, 제66조부터 제68조까지 및 제78조부터 제9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파견사업주를 사용자로 보고, 같은 법 제50조부터 제55조까지, 제58조, 제59조, 제62조, 제63조, 제69조부터 제74조까지, 제74조의2 및 제75조를 적용할 때에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본다. ② 파견사업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용사업주의 귀책사유(歸責事由)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사업주는 그 파견사업주와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43조 및 제68조를 적용할 때에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같은 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용자로 보아 같은 법을 적용한다. ③ 「근로기준법」 제55조, 제73조 및 제74조제1항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게 유급휴일 또는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 그 휴일 또는 휴가에 대하여 유급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파견사업주가 지급하여야 한다. ④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포함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근로하게 함으로써 같은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계약 당사자 모두를 같은 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용자로 보아 해당 벌칙규정을 적용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파견에서의 근로 및 지휘·명령 관계의 성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사용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근로자파견관계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 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약정상 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
○대법원의 법리를 전개하자면, 파견근로자에게도 사용사업주는 당연히 보호의무를 부담하기에, 직장 내 괴롭힘금지가 적용됩니다. 실은 간접고용이라는 법률기술에 불과한 것이지 실제로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파견근로자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근로자파견법의 입법적 불비에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상의 사업주의 직장 내 괴롭힘금지는 사용사업주에게도 적용됨이 법리적은 물론 칸트의 철학체계에도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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