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고는 우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도박보험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산재보험도 보험의 속성을 구비했기에, 우연성을 요구합니다. 보험사고는 크게 1). 업무상 질병(직업병), 2). 업무상 재해, 그리고 3). 출퇴근 재해(통근재해)로 구분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업무상 재해와 출퇴근 재해에서 우연성이 요구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제39조 제2항에서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보험사고 자체를 부정하는 것, 즉 우연성에 기초한 보험사고가 아니면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는 직접적이고 1차적인 고의보험사고를,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간접적이고 2차적인 보험사고를 의미합니다.
○개정 산재법이 도입한 출퇴근 재해의 대부분은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에 의한 교통사고입니다. 교통사고의 상당수가 교통범죄를 구성합니다. 교통범죄도 범죄행위이므로 보험사고를 부정하는 위 산재법 제39조 제2항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중 교통범죄를 규율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처법)이 출퇴근 재해의 성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실무상 교통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고의나 과실만이 기여한 것이 아니라 지형이나 도로의 하자, 상대방이나 보행자의 과실 등이 결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교통사고도 도로의 하자와 신호위반 교통사고라는 교처법상의 운전자의 범죄행위와 결합하여 발생한 경우인데, 법원은 이 경우에 산재보험사고를 긍정하였습니다. 도로가 구비하여야 할 완전성은 신호등의 완전성까지 포함한다는 전제에서, "교통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신호위반 운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교차로 신호등의 설치관리상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라고 판시하여 주된 원인으로 도로의 완전성에 미치지 못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보험사고를 긍정한 것입니다.
○법원의 위 판결은 교통범죄라 하여 무조건적으로 보험사고를 부정하지 말고, 보험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주된 원인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아닌 경우에는 무과실책임의 법리에 기초한 산재법의 취지를 살려서 산재보험의 혜택을 부여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실제로 조사하는 것에 사실상 한계가 있는 근로복지공단으로서는 업무의 과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법원의 판결은 출퇴근 재해를 산재법에 도입한 취지에 부응한다고 봅니다.
출근길에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내 사망한 근로자라고 해도, 그 사고가 도로의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는 지난 9월 8일, 유족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 장 씨는 건물청소 업체에서 고객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다. 장 씨는 2019년 10월 경 아침, 승용차를 운전해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교차로에서 적색신호임에도 그대로 진입했다. 결국 교차 방면으로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장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날 저녁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gopage=4&bi_pidx=3136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략 3. 출퇴근 재해 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②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③ 제1항제3호나목의 사고 중에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 ④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3호나목에 따른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⑤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차의 교통으로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業務上過失致傷罪) 또는 중과실치상죄(重過失致傷罪)와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公訴)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차의 운전자가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하고도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遺棄)하고 도주한 경우, 같은 죄를 범하고 「도로교통법」 제44조제2항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제외한다)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등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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