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용자는 돈을 벌기 위해 근로자를 고용합니다. 그러나 근로자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일을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때로는 죽기까지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하여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비록 과실이 없더라도 근로자의 재해에 대한 위험부담, 즉 고용의 위험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이것이 산재보험의 무과실책임의 원칙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의 보상책임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책임을 특별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보상의 주체를 국가로 하여 보상책임을 강화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산재법의 보상책임이 있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의 보상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는 별개의 책임이지만, 산재법으로 우선 처리하는 관행이 있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산재법의 책임이 있다고 하여 민법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래 손해배상법제는 민법의 원리에 따릅니다.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은 과실책임의 원리를 수용합니다.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이라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며, 사용자의 행위가 의무에 위반한 위법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신체에 가하여진 행위가 손해로 귀결된 경우는 무엇이 위법한가 의문입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성질에서 찾았습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하여 사용자의 배상책임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근로자라는 타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영역에 배치하여 근무를 지시하는 것은 자신의 사업장이라는 위험원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근로자를 배치한 것이기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의 신체 또는 생명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남의 귀한 자식이나 부모를 고용하여 돈을 버는 사용자는 그 고용에 따라 수반하는 근로자의 재해 중 사용자 본인의 보호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한하여 그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논거입니다. 확실히 산재법상의 무과실책임과는 그 구성이 다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민법상의 배상책임이 대법원에서 다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보상의 대부분은 산재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완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상의 배상제도는 신체손해의 3분설에 따라 치료비 등 적극 손해, 일실이익 등 소극 손해, 그리고 위자료로 구성이 되는데, 산재법상의 손해는 위자료 자체가 없으며, 소극 손해를 산정하는 경우에 피해자인 근로자가 연소자인 경우에는 산재법상의 정액배상보다 많은 경우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상 산재보상이 종료한 경우에도 각종 송사가 이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합니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후략
<근로기준법> 제78조(요양보상) ①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질병과 요양의 범위 및 요양보상의 시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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