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소재로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시체입니다. 생명체는 언젠가 시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실은 죽음도 생명현상의 연장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시체는 공포영화의 단골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체는 부활하거나 변형물로 공포영화로 다시금 존재감을 알립니다. 강시나 드라큘라는 부활한 시체이거나 변형물입니다. ‘전설의 고향’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원귀도 그렇습니다.
죽음 자체가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죽음의 세계는 산 자는 경험하기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속성이 아마도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졌지만, 과거 90년대 강시는 한국영화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뜨거웠냐 하면, ‘강시바’라는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여름이면, 극장가에서 강시가 시리즈로 등장했고, 비디오가게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강시시리즈는 뜻밖에도 홍금보 주연의 귀타귀가 원조였습니다. 청나라 복장을 한 귀신인 강시가 ‘앞으로 나란히’를 하면서 콩콩 뛰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귀타귀’는 홍금보가 배우로서 출세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강시의 히트예감을 관객에게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ExaQGh26I0
강시의 인기가 폭발한 것은 귀신이면서도 때로는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여 무척이나 친근감을 관객에게 안겨줬다는 점에 있습니다. 강시는 대부분 컴컴한 밤에 험악한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꼭 섬뜻한 장면을 보입니다.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꼭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꼭 엉성한 실수가 개입되어 코믹하게 주연배우 등 출연자가 위기를 벗어납니다. 서양영화에서는 드라큘라 등 공포의 매개체가 실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코믹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무섭습니다. 그러나 강시는 무섭다가도 코미디 배우처럼 엉뚱한 코미디를 선사합니다.
뭐든 그렇지만, 강시가 인기를 끌자 강시영화는 시리즈로 뽕을 뽑게 됩니다. 그리고 강시를 잡는 ‘영환선생’ 전문배우 고 임정영은 거의 강시를 잡는 배우로까지 각인이 됩니다. 실제로도 한국팬들은 임정영하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강시를 생각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강시 말고도 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강시처럼 ‘앞으로 나란히’를 하면서 한국팬들에게 돌아오지는 못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Pc0VgdzFY&t=313s
강시시리즈는 소재가 단순하기에 장기간의 시리즈물로는 부족합니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식상함을 느끼는 변덕이 심한 한국팬들에게 빛의 속도로 잊혀졌습니다. 영화 속의 강시는 언제나 부활했지만, 강시영화는 수십 년이 지났어도 부활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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