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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연예한담

<그 시절을 정복한 노래 : 들고양이들의 ‘마음 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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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는 무려 50년간 가요계의 정상에서 군림하였습니다. 5개월도 정상에서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 정글과 같은 가요계인데, 나훈아는 정녕 신계의 가수입니다.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과 겨룰만한 단 한명의 가수가 나훈아입니다. 조용필은 트로트, 민요, , 발라드 등 그가 부른 노래의 장르는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그러나 나훈아는 무려 50년간 트로트곡 하나만으로 정상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으니 대단한 사람중에서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훈아가 50년을 정상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트로트가수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고음은 고음대로, 저음은 저음대로 개성이 넘치는 창법에 더하여 특유의 꺽는 창법으로 괴력을 완성한 나훈아의 독특한 창법도 일품이고, 자작곡은 자작곡대로 전문 작곡가의 곡은 또 그 곡의 느낌에 맞게 정확한 맥과 맛을 살려서 부르는 나훈아의 신출귀몰한 음색의 구현도 나훈아 신화의 비결이기도 하지만, 한국인 DNA에 최적화된 트로트를 불렀다는 점도 엄청난 요소입니다.

 

실은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가요는 트로트가 점령하였습니다. 하다못해 발라드도 트로트 발라드곡이었고, 댄스도 트로트 댄스곡이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김범룡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바람 바람 바람도 트로트 발라드곡이고, 박남정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 바람이여도 트로트 댄스곡입니다. 당시 화끈하게 유행했던 고 최병걸의 진정 난 몰랐네도 트로트 댄스곡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중고생을 중심으로 트로트곡이 뽕짝이라 쪽이 팔린다고 팝에 심취한 경향도 있었지만, 당시를 관통하던 주류곡은 누가 뭐래도 트로트곡이었습니다.

 

임종님! 그는 한자로 林鐘任이라 쓰는데, 당시 발음표기법으로는 임종임이 맞지만 왜 임종님이라 불렀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튀려고 그랬겠지만, 임종님은 마음 약해서를 부른 들고양이들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습니다. 다음 유튜브에 남겨진 들고양이들의 동영상을 보면, 임종님의 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를 기준으로도 연주는 변두리 나이트클럽 수준의 조잡한 수준입니다. 물론 코러스도 엉성합니다. 사실상 임종님 1인보컬그룹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68IUZZhAo

 

임종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그랬는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임종님 외에 다른 멤버들은 거의 잊혀진 상태입니다. 그렇습니다. 임종님은 한국의 티나 터너처럼 거침이 없는 가창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았습니다. 실은 임종님이 아니면 마음 약해서의 그 유명한 짜라라짜짜도 생동감이 나지 않고 맛도 살지 않습니다.

 

 

마음 약해서가 노래의 제목이지만, 사람들은 그냥 짜라라짜짜로 부르곤 했습니다. 당시에 짜라라짜짜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소풍을 간 학생들도 장기자랑에서 바로 이 짜라라짜짜를 불렀고, 당시에 뜨거웠던 고교야구 응원곡으로도 짜라라짜짜하나면 그냥 끝내줬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대폿집에서 아재들도 젓가락을 두들기면서도 바로 이 짜라라짜짜하나면 안주가 필요 없었습니다. 아재와 아짐이 옹기종기 섞여서 야유회를 가더라도 바로 이 짜라라짜짜가 꼭 등장을 했습니다. 여름이면 청춘들은 해수욕장에서 뜨거운 추억을 만들면서 일명 야전이라 불리는 야외전축에서 나오는 노래로 몸을 흔들었는데, 그 배경음악으로 바로 이 짜라라짜짜하나면 충분했습니다.

 

당시에는 TV가 종일방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시민들이 라디오로 소식을 듣곤 했는데, 중간중간에 삽입하는 노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이 짜라라짜짜였습니다. ‘짜라라짜짜는 밤이나 낮이나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한국 가요사에서 들고양이들의 짜라라짜짜보다 강렬한 후크는 전무후무합니다.

 

1980년대 중후반 이후로 발라드곡이나 댄스곡이나 모두 트로트를 탈피했습니다. 그 이후 아이돌이 등장을 해서 가요판은 곧 아이돌의 독무대였습니다. 그러다가 무려 수십 년이 지나서 트로트는 송가인을 시작으로 기난 긴 겨울잠을 끝내고 마침내 부활을 했습니다. 오랜 기간 한국인의 피에 흐르고 있던 트로트DNA가 부활한 것입니다. 이제 21세기에는 1979년에 등장했던 짜라라짜짜에 버금가는 트로트 댄스곡이 꼭 출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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