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자격사이자 전문직은 단연 변호사와 의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법정드라마와 의학드라마가 무수히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법정드라마 대부분은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문제’ 또는 ‘판사 또는 검사와 변호사 간의 문제’에 집중이 되며 ‘법무법인과 변호사 간의 문제’는, 특히 금전적 분쟁 등에 관한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의학드라마에서도 병원 경영진과 의사 간의 금전분쟁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에 관한 다툼은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현상입니다. 나아가 공인회계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등의 자격사와 그 소속법인에 대한 다툼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 세계도 인간 세상의 일부입니다. 당연히 인간갈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돈 문제가 단연 그 갈등의 정점에 있습니다. 소송 자체가 거의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돈과 관련이 있는 만큼 이들도 돈 문제에 저절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저절로 괴물이 되는 법입니다. 직업이 돈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송사라는 싸움에 특화한 사람들이 내부 문제로 싸우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싸움은 외부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과 무척이나 많이 다릅니다. 돈 문제 때문에 변호사들의 이합집산은 흔한 풍경입니다.
○변호사들은 ‘독고다이’로 불리는 변호사 있는가 하면, 합동법률사무소, 그리고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찍새(사건을 찍어온다는 의미로서 변호사업계의 은어)’라 불리는 파트너 변호사와 ‘딱새(사건을 딱는다는 의미로서 역시 변호사업계의 은어)’라 불리는 어쏘 변호사(영어의 ‘Associate Lawyer’에서 유래했는데, 줄여서 그냥 ‘어쏘’라고 불리는 것이 변호사 업계의 관행입니다)가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출자액이 있고 배당금을 받았던 파트너 변호사 출신입니다. 각종 선거에서 등장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파트너 변호사입니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근로자인가 여부에 대한 다툼에 대한 대법원은 판결(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에서 ‘구성원으로 등기하거나 탈퇴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증거가 없고, 구성원 등기 전후의 근무 형태 역시 큰 변화 없이 유지된 점, 갑 법무법인으로부터 이익배당을 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 수임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금액의 급여를 받은 점, 스스로 사건을 수임한 사례가 거의 없이 갑 법무법인으로부터 배당받은 업무를 처리해 온 점, 자신들이 구성원으로 등기된 사실을 퇴직 1년 전 또는 퇴직 시에야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은 전형적인 파트너 변호사의 업무수행방식입니다. 이런 변호사는 당연히 자영업자입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자라고 대법원이 교통정리(!)를 하였습니다.
○변호사법이나 다른 자격사법은 모두 자격사는 ‘공익’을 추구한다고 농담(!)을 법전에 규정하였습니다. 지구상에서 공익적 활동으로 재능기부만을 하는 자격사는 아예 없습니다. 그렇게만 강요하면 자격사제도는 소멸합니다. 그런데 실정법에 변호사는 공익적 활동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은 고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묘수를 찾아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 판결(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3다227418 판결)에서 ‘변호사는 상법상 당연상인으로 볼 수 없고,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변호사를 상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자’라고도 볼 수 없어 위 조항에서 정하는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며(대법원 2007. 7. 26. 자 2006마334 결정 참조), 이는 법무법인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소박한 서민의 법감정으로 보더라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실정법이 주는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 주목되는 용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에 대한 급여채권’이라는 서술입니다. 변호사 딱새이든 찍새이든 모두 법무법인으로부터 받는 돈이므로, 퉁쳐서 ‘급여채권’이라 서술한 것입니다. 소박한 서민은 소멸시효라는 제도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소송현실에서 소멸시효나 각종 기간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대하여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법상 상인이 아니므로 변호사가 소속 법무법인에 대하여 갖는 급여채권도 상사채권이 아니어서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상사 법정이율이 아니라 민사 법정이율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 상사이율을 적용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자판하였습니다. 서초동 법조단지 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모두 돈 문제에 초연한 존재는 아닙니다. 소박한 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파기한 원심법원의 판결이 더 현실적입니다.
<민법>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상법> 제64조(상사시효)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 제212조(사원의 책임) ①회사의 재산으로 회사의 채무를 완제할 수 없는 때에는 각 사원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②회사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주효하지 못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전항의 규정은 사원이 회사에 변제의 자력이 있으며 집행이 용이한 것을 증명한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법정이율) ①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심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선고할 경우,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訴狀)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書面)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부터는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251조에 규정된 소(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무자에게 그 이행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는 사실심(事實審)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抗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한 범위에서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1>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갑 법무법인에 취업하여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을과 병이 취업 다음 해부터 구성원 변호사로 등기되어 근무하다 퇴직한 후 자신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퇴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구성원으로 등기하거나 탈퇴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증거가 없고, 구성원 등기 전후의 근무 형태 역시 큰 변화 없이 유지된 점, 갑 법무법인으로부터 이익배당을 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 수임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금액의 급여를 받은 점, 스스로 사건을 수임한 사례가 거의 없이 갑 법무법인으로부터 배당받은 업무를 처리해 온 점, 자신들이 구성원으로 등기된 사실을 퇴직 1년 전 또는 퇴직 시에야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을과 병은 갑 법무법인의 구성원으로 등기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갑 법무법인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대법원 판례2> 변호사는 상법상 당연상인으로 볼 수 없고,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변호사를 상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자’라고도 볼 수 없어 위 조항에서 정하는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며(대법원 2007. 7. 26. 자 2006마334 결정 참조), 이는 법무법인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상법 제5조 제2항은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169조는 회사는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법인은 변호사가 그 직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하는 것으로서 변호사법과 다른 법률에 따른 변호사의 직무를 업무로서 수행할 수 있다(변호사법 제40조, 제49조). 변호사법은 법무법인에 관하여 변호사법에 정한 것 외에는 상법 중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제58조) 이를 상법상 회사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무법인이 상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하는 의제상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변호사가 소속 법무법인에 대하여 갖는 급여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3다227418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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