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생산요소는 크게 노동(L)과 자본(K)으로 대별합니다. 생산요소는 당연히 투자의 대상으로 보며, 노동은 가변자본, 자본은 고정자본으로 각각 보아, 가변자본의 증가, 즉 노동이라는 자본에 대한 투자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량이 체감한다는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학에서는 노동력을 가변자본이자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만, 노동법에서는 보호의 대상으로 봅니다. 양자는 물론 모순된 것이 아닙니다. 노동력의 속성은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최근 채용이 극히 보수적인 접근방법으로 변했습니다. 이미 대기업의 공채시스템이 사라지고 경력직채용이 대세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입직원의 채용과 교육과정은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채용직후 신입직원이 이직하면 기업의 처지에서는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상실하게 됩니다. 당연히 적재적소에 검증된 인력을 채용하는 경력직채용을 선호합니다. 구직자, 특히 대졸신입생은 대기업의 취업이 바늘구멍이 되는 반사적 결과를 감내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력의 신규채용은 장기고정비용의 지출, 즉 거액의 지출을 의미하므로, 채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법의 강화는 역설적으로 기업은 채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기사>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려니까 원사업장이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육아휴직이나 출산전후휴가 등 노동법상의 모성보호정책을 가로막는 사업주의 횡포, 즉 흑백논리의 접근으로 모성보호정책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중소기업보호, 모성보호, 기존 직원의 보호, 남녀갈등은 물론 기혼자와 미혼자의 갈등, 나아가 모성보호정책의 개선점 등 다양한 화두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접근입니다. 모성보호정책은 이익을 받는 자와 손해를 받는자. 그리고 국가정책의 방향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절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육아휴직을 부여받은 여성근로자는 모성보호정책의 혜택을 받아서 행복합니다. 그러나 모성보호정책을 수용하는 사업주에게 국가는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성보호정책기간을 근로기간으로 간주하여 연차휴가를 보장하여야 하며(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재직기간이므로 퇴직금산정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업주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고사하고 여성근로자에게 거꾸로 금전적 혜택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또한 기존 직원의 근로시간을 늘려서 임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하여야 하거나 단기간을 근무할 신규인력을 채용하여야 합니다.
○사업주는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감내하여야 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분들이 있지만, 막상 사업주의 금전손실에 대하여는 입을 꾹 닫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아니합니다.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정책을 활용한 여성근로자가 원직복직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경력단절녀’, 일명 ‘경단녀’ 현상을 거론하면서 절대적으로 원직복직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경제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발적 실업’이라는 학술용어를 음미해 봐야 합니다. 경단녀의 상당수는 연차수당이나 육아휴직급여, 그리고 재직기간이 연장된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고 그대로 퇴직을 합니다. 자발적 실업을 하는 것입니다. 모성보호정책의 역효과인 셈입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체리피커(cherry picker)인 셈입니다. 사업주는 돈도 잃고 직원도 잃은 상황입니다. 이를 악물고 다시는 여성근로자, 특히 모성보호정책의 실시가 예상되는 여성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모성보호정책은 나비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사업주들도 여성근로자의 채용을 기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성보호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 즉 국가의 정책지도를 충실히 따르면, 거덜날 수도 있다는 싸늘한 현실을 깨닫습니다.
○위 <기사>의 댓글은 사업주 측을 옹호하는 입장과 근로자 측을 옹호하는 입장이 갈렸습니다. 노동법은 노동자의 보호를 강제하기에, 그 반대편에 있는 사업주는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립니다. 그런데 모성보호정책을 다루고 있는 위 <기사>의 댓글에는 재직자와 수혜자, 그리고 기혼자와 미혼자, 취업자와 미취업자 등의 갈등이 추가됩니다. <기사>에서는 원직복직을 원하는 여성근로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암묵적인 전제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미혼여성의 대다수가 전업주부를 희망한다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민망하지만, ‘취집’이라는 단어가 미혼여성 및 그 가족으로부터 애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법은 노사의 대립을 전제로 그 대립속에서 화합과 갈등을 모색합니다. 그러나 모성보호정책은 그 전선이 확대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책을 취하든 이익보는 집단과 손해보는 집단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악용하는 집단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사>속의 사업주는 폐업을 하면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 기존의 사업을 폐업하는지 심층적인 분석이 없이 사업주를 일방적인 시각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기사> 피자 체인점을 운영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회계 업무를 해온 A 씨. 임신을 하게 되면서 회사와 휴직, 복직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육아휴직 다 사용하고 복직을 원래 하기로 했었으나, 대표님이 잘 모르시니까 '3개월만 쉬어도 되지 않아? 그거하고 와.'"] 대화 끝에 1년 정도 휴직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출산이 다가오자 대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회사 대표/음성변조 : "네가 임신하고 있으니 일을 내가 잘 못 시키고 있잖아. 이해 가?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하여튼 뭐 좋은 쪽으로 해서 나가줬으면 좋겠다."] 그러더니 출산 두 달 전, 돌연 폐업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 씨/제보자/음성변조 : "폐업날짜가 정해졌다... 저도 퇴사 처리가 되는 거잖아요.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아무것도 못 받아요."] 그런데 폐업 신고 약 20일 뒤, 구인 사이트에 공고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7089&ref=A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중략 ⑥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2. 임신 중의 여성이 제7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로 휴업한 기간 3.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 ⑦ 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휴가는 1년간(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최초 1년의 근로가 끝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의2(경력단절여성의 능력개발과 고용촉진지원)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재취업할 의사가 있는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력단절여성”이라 한다)을 위하여 취업유망 직종을 선정하고, 특화된 훈련과 고용촉진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직업안정법」 제2조의2제1호에 따른 직업안정기관을 통하여 경력단절여성에게 직업정보, 직업훈련정보 등을 제공하고 전문화된 직업지도, 직업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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