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소재의 무한변신이라는 이유도 한 몫 합니다. 과거 신성일이 활약하던 시절의 영화들 상당수는 빈약한 소재와 뻔한 플롯, 그리고 개성이 상실된 천편일률적인 주인공 캐릭터 등 요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 없어서 국화빵같이 그저그런 영화들이었습니다. 이들 영화는 나중에 ‘한국영화걸작선’이라 불리는 옛날 영화 전문프로그램을 통하여 안방에서 방영되었지만, 당연하게도 시청률 폭망의 길을 걸었습니다. 영화배우 중에서 기록적인 다작을 기록한 신성일의 대표작품을 기억하는 MZ세대는 물론 그 윗세대에서도 거의 없다는 점이 냉정하고도 슬픈 자화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영화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하여 사실성을 높이고, 소재를 다원화하면서 영화애호가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등의 질적 성장이 눈부십니다. 영화세트장도 사실감을 높이면서 과거 싸구려세트장을 벗어나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초대박이 그냥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영화나 드라마는 범죄나 송사가 소재인 경우라도 기본적인 법률용어부터 오류가 많고 엉성해서 싸늘한 비판을 받기 일쑤였는데, 최근에는 법률용어부터 실제 수사, 재판 등의 사실성이 극대화되어서 실무자들도 호평합니다. 공소시효라는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도 영화화되곤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 시민에게는 소멸시효, 공소시효, 형의 시효 등 법률에 규정된 각종 시효에 대하여 정확히 구분하여 이해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실은 자기와 관련이 있는 사안이 아니면 전문적인 법률지식에 대하여 일반 시민이 꼼꼼하게 연구하고 이해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러한 시효는 각종 단행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법적 이슈로 중요한 징계시효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개별법이나 개별 기업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산재하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상벌 등에 관한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서 그 범위에 속하는 징계권 역시 기업운영 또는 노동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권한이기 때문에 그 징계규정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단체협약의 내용에 반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그 구체적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그 규정이 단체협약의 부속서나 단체협약 체결절차에 준하여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1337 판결).’라고 판시하는바, 이 의미는 징계 자체가 사용자의 재량이기에, 구체적인 징계사유, 징계절차, 징계시효 등에 대한 규정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에서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제기한 소에 대하여 반드시 판결이라는 이름의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징계에 관한 근거 법률이 없거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도 근거가 없어도 사용자는 징계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래서 징계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것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사용자의 배려이자 근로자의 권리장전에 해당합니다. 징계시효는 다음 <대법원 판례1>과 같이 군인사법이나 기타 공무원관련 법령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공기관의 취업규칙 등 인사관련 규정 대부분에 존재하며, 노동조합의 존부와 무관하게 중견기업 이상에는 존재합니다.
○민법상 소멸시효는 당사자의 지·부지에 따라 3년 또는 10년이라는 차별점이 존재합니다(민법 제766조). 그러나 형의 시효, 공소시효 등 형벌과 관련한 시효는 징계당사자가 알았는가, 아니면 몰랐는가에 따라 변하지 아니합니다. 징계도 당사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침익적인 작용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은 동일한 결론을 징계시효에 대하여도 내리고 있습니다(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징계권자가 징계사유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로 보아야 한다거나, 징계권자가 과실 없이 징계사유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때에는 징계시효의 만료 여부와 무관하게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거나, 징계시효의 만료를 이유로 정직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거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2두25552 판결)).
○그 연장선에서 대법원은 육군 부사관의 징계시효에 대하여도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이 확정된 부사관은 육군규정 보고조항에 따라 지체 없이 상당한 기간 내에 징계권자에게 그 사실을 보고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그 기간 내에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곧바로 직무상 의무 위반의 징계사유가 발생하고, 그때부터 징계시효가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두48083 판결)).
<형사소송법> 제252조(시효의 기산점) ①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공범에는 최종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전공범에 대한 시효기간을 기산한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1> 구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직무상 의무 위반을 군인 징계사유의 하나로 정하면서(제56조 제1호),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유용 이외의 징계사유에 따른 징계시효를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년으로 정하고 있다(제60조의3 제1항). 군인사법이 징계시효 제도를 둔 취지는 군인에게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있더라도 그에 따른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못한 경우 그 사실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면 그 적법·타당성 등을 묻지 아니하고 그 상태를 존중함으로써 군인 직무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이고, 징계권자가 징계사유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두48083 판결) <대법원 판례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 자체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된 이후 비위행위가 수사대상이 되거나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하여 이를 들어 새로운 징계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면,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연장되는 것과 다름없어 일정 기간의 경과를 이유로 징계권 행사를 제한하고자 하는 징계시효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새로운 징계사유의 발생이 사용자 등에 의하여 의도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비위행위 자체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된 경우 비위행위에 대하여 나중에 수사나 언론보도 등이 있더라도 이로 인해 새로운 징계사유가 생긴 것으로 보거나 수사나 언론보도 등의 시점을 새로운 징계시효의 기산점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9두40338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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