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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직장 내 괴롭힘, 자살, 그리고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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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선진국에 가입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외형적 지표는 일응 구비한 듯 보이지만, 노인자살률이나 노인빈곤비율 등 부정적 지표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입시문제로 자살하는 청소년이나 취업에 실패해서 자살하는 청년, 그리고 빈곤으로 인하여 가족이 집단자살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쓰라린 사실입니다. 이렇게 자살은 반드시 근로자만 하는 것이 아니며, 자살자 본인의 주관적 사정과 경제적 빈곤 등 객관적 사정이 경합하여 발생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살이 원칙적으로 산업재해가 아님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법원 역시 자살 자체는 공무상 재해(공무원인 경우)나 업무상 재해(민간근로자인 경우)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산재법 제27조 제2한 단서는 예외적으로 산업재해가 될 수 있는 경우를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낮아진 외부적 요인(객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주관적 요인) 등이 단독으로 또는 경합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자살도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주관적 요인과 객관적 요인을 구분하여 1). 우울증 발현 및 발전 경위에 망인의 유서내용, 자살 과정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2). 비록 망인이 다른 지점장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을 받는 등 특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어서 업무상 스트레스라는 객관적 요인 외에 이를 받아들이는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한편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바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58840 판결)가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객관적 요인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우선적으로 업무상 재해여부를 판단하되, 주관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부분을 고려하라고 판시합니다. 한편, 객관적 요인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연히 자살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단정을 하지 말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에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검토하여 업무상 재해를 판단하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부친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고인이 다니던 직장은 KT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KT는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최근 KT 동부산지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으로 유족의 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 내용이 새노조에도 접수됐다"고 밝혔다.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는 대한민국에서 30여년 넘게 몸담아온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직장 내에서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지 못해 15일 새벽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사측에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께 11340명이 동의한 상태다.KT 새노조는 "고인은 팀장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인격모독과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한다""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유족 증언 내용을 보면 고인이 전형적인 KT식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장이 직원에게 폭언 등 인격모독을 일삼고 다른 직원들을 부추겨 따돌리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사례들이 KT에 많았다""괴롭힘의 이유는 사적인 이유부터 구조조정 거부나 노조활동 등 반노동적 이유도 있었다"고 전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1&oid=003&aid=0010732908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 삭제  
.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 근로기준법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3. 출퇴근 재해
.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민법>
750(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756(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14692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23461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58840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이론을 검토해 보면, 다음 기사에 등장한 KT직원의 자살은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등장하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요인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심하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근로자가 어떤 사유라도 자살만 하면 당연히 업무상 재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업무상 재해의 판정은 결국 법적인 판단이므로, 산재법 제37조 제2항 단서가 정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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