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상어가 된 말이 ‘갑질’입니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시정요구가 마침내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라는 규정이 신설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온전히 정착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1). 직장 내 괴롭힘의 판정주체가 1차적으로 사업주라는 점, 2). 폭행, 상해, 모욕 등의 죄책이 직장 내 괴롭힘의 실체적인 내용인데, 고용노동청에서는 이러한 범죄의 수사권이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모든 제도는 법전 속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에서 구체적인 판단을 제3자성을 지닌 사람이나 기구가 공권적으로 하고 그 제재장치가 있어야 규범력을 가집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대립적인 구도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을 극대화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의 주장만이 있는 상황에서(증거가 있어도 마찬가지!), 가해자에게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싫어합니다.
○모든 사용자의 속성은 당해 사업의 번성과 직원들 간의 화합을 중시합니다. 갈등보다는 안정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 당해 피해자의 보호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보다는 자신의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인가, 그리고 사업장 내외에서 이어질 평판, 고용노동청이나 경찰 등 관청의 개입 등에 따른 부작용을 더 중시합니다. 물론 조용한 해결을 더 선호합니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인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선호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용자가 고용노동청과 경찰서에 사안의 조사를 위하여 불려다니는 상황은 대부분 치명적인 낙인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해 사업장의 근로감독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관공서에 불려다니는 사실 그 자체가 거래업체 등에 엄청난 낙인이 됩니다. 이미 사용자 스스로가 가해자로 둔갑이 되어 소문이 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단히 망라적으로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1).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라는 직위를 이용할 것, 2).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월할 것, 3).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할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적정범위의 질책이나 업무지시를 피해자의 시각에서는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책을 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언동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과도한 표현으로 부하직원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사가 부하를 질책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실수를 지적하는 것도 상사의 본연의 업무이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형법상의 폭행, 상해, 모욕, 명예훼손 등의 죄책과 중복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노동관련법령에서만 수사권이 있습니다. 적정범위를 초과한 상사의 갑질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려면 부득이 자신의 소관이 아닌 범죄를 수사하여야 합니다. 특별사법경찰제도를 사실상 벗어나는 상황이 됩니다. 부득이 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형사처벌을 하려면 관할 경찰서에 송치를 하여야 합니다. 조사서류의 작성과 송치서류의 작성이라는 고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당연히 기피를 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있음에도 사용자도, 근로감독관도 기피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의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제도상의 허점, 그리고 관할 관청의 업무소관상의 한계점 때문에 실제적인 운용의 난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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