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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중앙선침범과 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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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인호 작가의 ‘즐거운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자해공갈단을 그린 일화인데, 고 최인호 작가가 돌아가신 후 세월이 제법 흘렀음에도 언론에서는 자해공갈의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금전을 갈취하거나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다가 덜미를 잡히는 사연이 언론에 등장합니다. 이러한 자해공갈의 경우에는 기망적 방법으로 금전을 취득하기 때문에 당연히 형법상의 사기죄를 구성함은 물론 특별법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위반죄를 구성합니다.

 

○민사책임으로도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보험급여의 지급책임을 면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과실책임을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도 고의 자손행위 등 일정한 경우에는 보험사고 자체를 부정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근로자나 그와 공모하여 발생한 산재사고를 보상하는 것은 반사회질서행위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산재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법과는 달리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된 행위가 아닌 단순한 과실이나 중과실의 경우에는 배제를 하고 있습니다.

 

○개정 산재법이 통근재해(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3호)를 업무상 재해로 확대한 결과 재해자인 근로자가 과실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툼이 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판결)는 원고의 남편이 출장을 마치고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여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업무상 재해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의 논거는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아니하였고 수사기관이 위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 기인하였습니다. 중앙선 침범은 도로교통법상의 전형적인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의 중앙선 침범금지의 취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중앙선 침범 금지는 도로교통 중에 안전운행을 촉진하고 운전자를 포함한 도로교통 관여자의 안전을 위한 금지의무입니다. 그런데 이 의무는 근로자에게만 특별히 부여된 의무는 아닙니다. 학생이나 사업주, 전업주부, 노인 등 차량을 운행하는 모든 운전자가 준수할 의무입니다. 당연히 택시, 버스 등 공공교통 종사자들도 준수해야 할 의무입니다. 따라서 중앙선 침범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의 범죄행위라 하여 당연히 산재법상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2호는 ‘중앙선 침범금지’를 12가지 예외사유로 보아 형벌의 대상으로 규정합니다만, 이 조문은 교통사고 그 자체에 대한 범죄행위를 말하며, 산재법상의 면책되는 ‘범죄행위’를 당연히 구성한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중앙선 침범사고는 산재사고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과실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중앙선 침범이 산재법상 면책되는 보험사고인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중앙선 침범사고와 같은 교통법규위반사고를 일반적으로 면책되는 보험사고로 본다면, 실무적으로는 통근재해는 필연적으로 교통법규의 준수여부를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해야 하기에, 근로복지공단이 마치 교통경찰처럼 교통법규의 감시기구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교통법규의 준수여부가 관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통법규의 금지의무의 보호범위가 산재법상 통근재해의 보호범위가 사실상 같아지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법규위반의 과실이 산재법상의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으로 의제되는 불합리가 됩니다.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상법>

제659조(보험자의 면책사유) ①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차의 교통으로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業務上過失致傷罪) 또는 중과실치상죄(重過失致傷罪)와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公訴)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차의 운전자가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하고도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遺棄)하고 도주한 경우, 같은 죄를 범하고 「도로교통법」 제44조제2항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제외한다)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등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

2. 「도로교통법」 제13조제3항을 위반하여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같은 법 제62조를 위반하여 횡단, 유턴 또는 후진한 경우

중략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삭제 <2017.10.24>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3. 출퇴근 재해

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②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③ 제1항제3호나목의 사고 중에서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

④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3호나목에 따른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⑤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법원 판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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