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왜(順倭)’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중에 형성된 당대의 신조어인데, 왜군에 부역하는 조선인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요즘은 사어입니다. 임진왜란은 크게 보면 조선과 일본의 전쟁이지만, 실제 전투를 했던 사람들중에서 조선인이 전부 조선군 측에, 그리고 일본인이 전부 왜군에 가담한 것은 아닙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왕종의 봉건학정에 신물이 난 소박한 백성이 자발적으로 왜군에 편입하거나 왜군에 재산과 부녀를 상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순왜의 비극적이고 잔인한 진실입니다.
○순왜를 했던 조선인들 대부분은 애국심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애국심은 저 멀리에 있고, 전쟁 중이라도 때가 되면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 밥 달라고 울어대는 자식이 더 가깝기에 매국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물론 순왜를 했던 조선인들은 사후에 상당수 참수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수탈만 하는 조선보다 차라리 왜군이 낫다고 생각하는 조선인이 많았다는 것은 분명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생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음 <기사1>에서 ‘정부와 국회가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현실)과 당장 2024. 1. 1.부터 시행하는 것(이상)도 그런 차이와 갈등의 하나입니다. 혹자는 전쟁 중의 애국심의 발발현황과 실정법의 적용시기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생존이라는 현실과 그 현실을 가로막는 장애라는 측면을 보면, 단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기사2>는 ‘올해 폐업한 종합 건설사가 500곳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처리 업체도 올해만 14곳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반등이 업다면 내년부터 건설업체 전반에 부실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서술하면서 2023년 국내 건설업계의 극한상황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기사2>의 내용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양자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의 예방은 ‘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거액이 소요되는 물적, 인적 설비의 구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사1>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사망과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매년 700명 이상이 죽어 나가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민생이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했다.’라고 민주노총 측의 격앙된 반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규모 건설업체의 경우에는 영업이익도 못 내는 상황이기에 거액이 소요되는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자연적인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면(건설공사 자체의 중단), 아무것(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아니합니다. 당연히 전체 산재사고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건설산재의 비율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의 가장 확실한 예방은 아예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측에서 이를 환영할지는 의문입니다.
○종합일간지나 공중파방송국, 케이블 및 종편방송국 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재예방활동에 대한 것을 다루지 않은 사례는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조치의 현실적인 비용에 대한 것은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각종 산업안전컨설팅업체의 컨설팅비용에 대한 것은 더욱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는 것은 이상보다 불경기의 한파에 고전하는 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금수저로 먹고 사는 것에 초연한 분들입니다. 이들의 결정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민주노총의 모토는 ‘상생’입니다. 산재, 하면 떠오르는 것이 건설산재입니다. 민주노총의 주장은 건설업체의 사업주를 ‘법대로’ 때려잡자는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렇다면 반문합니다. 건설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도 당연히 ‘상생’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합니다. 말로만 ‘상생’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는 물론 사업체가 성장도 하고, 중대재해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진정한 상생은 서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입니다.
<기사1> 정부와 국회가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적용 유예 연장이 단순히 시기를 늦추는 게 아니라 법 전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발제자로 나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사망과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매년 700명 이상이 죽어 나가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민생이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최 실장은 현재 중대재해 기소 사례가 30건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법 집행 효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65351?sid=102 <기사2>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건설 경기가 점점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폐업한 종합 건설사가 500곳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처리 업체도 올해만 14곳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반등이 업다면 내년부터 건설업체 전반에 부실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서 총 512곳의 종합 공사 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1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00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246758?sid=101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부칙 <법률 제17907호, 2021. 1. 26.> 제1조(시행일) ①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16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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