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 시절에 속칭 ‘이철희·장영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은행직원들이 은행도어음용지를 이·장 부부에게 준 것을 이·장 부부가 악용을 하여 ‘딱지어음’이라는 것을 전국에 유통시켜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유발하였고, 가정파탄이 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특경법’)이 탄생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대형사건이 생긴 후에는 어김이 없이 특별법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나마 ‘친 노동자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사망하는 사건은 보수정부와 대동소이하였습니다. 그래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을 요구하였고, 이제 국회통과가 목전입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특별법 만능국가입니다.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형량만을 높여서 해결하려는 방법론은 의문이 있습니다.
○중대재해특별법은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규제수단으로 중대재해를 막으려는 입법적 시도입니다. 그러나 형량을 높이면 현실적으로 처벌을 받는 사람들은 영세한 소규모 사업주와 중소기업사업주가 대부분이 됩니다. 그리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신규진입도 어려워지고 해외탈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중대재해를 가중처벌한다는 것은 중대재해를 막아달라는 것인데, 중대재해의 방지는 재해방지비용이라는 만만치 않은 돈이 전제됩니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산안법 제2조). 그리고 그 산업안전의무의 수범자로 ‘사업주’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업주의 의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라고 판시하여 영세사업주라도 고용을 실질적으로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인 사업주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계열구조가 주류적인 산업구조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이러한 수직적 계열구조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사업주가 주로 처벌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영업이윤도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사업주는 재해방지비용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재해발생 사업장이 현실적으로는 대기업의 지배하에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사업주는 민사상, 형사상, 그리고 행정상 책임의 독박을 안게 됩니다.
○사업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중소기업을 해봐야 중대재해가 걸리면 수년간 감옥에서 썩어야 하고, 재산은 탕진하고, 근로자는 백수가 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산업재해보험을 국영보험으로 고양시킨 것은 개인차원의 보상으로는 부족하고 국가의 산업구조의 유지 및 발전은 불가피하게 산업재해를 수반한다는 경험적 사실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중대재해도 산업재해의 일부입니다. 국가차원에서 산업재해가 불가피하다는 대전제를 무시하고 중대재해를 겪은 사업주를 엄벌하면, 제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엄벌만이 중대재해를 막는다는 저차원적인 인식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2.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한다. 3.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4.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조(중대재해의 범위) 법 제2조제2호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를 말한다. 1.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2.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3.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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