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은 법학과 법률의 영역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고대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 제정된 법률의 내용이 21세기에도 대부분 적용됩니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을 거쳐 계수된 법률이론이 대부분 통용이 됩니다. 대법원에서 전개되는 법이론이 실은 예수 출생 이전에 확립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작업중지권이 삼성물산 건설사업부에서 전면적으로 보장이 되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중지권은 기사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52조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작업중지권은 글자 그대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목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작업중지권은 법리적으로 보면, 사용자의 근로자의 보호의무와 쌍무계약인 근로계약의 본질에서 기원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중지권의 기원은 소박한 시민들이 이미 내재화하고 있는 작업환경의 개선요구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의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라고 판시하여 명문으로 사용자의 보호의무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보호의무에 미흡한 경우에는 쌍무계약인 고용계약의 당사자인 근로자는 당연히 사용자의 채무내용에 좇지 않은 근로환경의 제공을 이유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민법 제655조 및 제390조).
○역사적인 사실을 반추해 봅니다. 삼국시대의 민란, 고려 및 조선시대의 농민들의 민란, 일제시대 노동쟁의 및 소작쟁의는 모두 열악한 근로환경과 가혹한 수탈에 대한 항의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전태일의 분신사건의 원인은 바로 열악한 근로환경의 개선에도 있습니다. 근로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그 실질이 작업중지권입니다. 산안법상의 조문과 삼성물산의 발표내용만을 보면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목전에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여야 비로소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법원의 제1심과 제2심의 판단이 다를 수 있듯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시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오해하거나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작업중지권은 실무상 사용자의 판단몫으로 귀결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는 천문학적인 배상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가령,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의 급박한 위험을 이유로 근로자가 잘못 판단하는 경우에 근로자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물어줘야 합니다.
○실제로 GM자동차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에게 징계를 한 사용자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작업중지권의 행사의 요건을 부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습니다. 결국 작업중지권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에, 근로자가 그 행사를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의 판단으로 작업중지를 해야 근로자는 징계책임 및 민·형사책임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 등 기업이 작업중지권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국내외 건설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중지전 전면 보장을 선언했다. 작업중지권은 기존에도 운영 중이었지만, 불이익 우려 등으로 실제 행사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삼성물산은 공사 중단에 대한 협력회사에 손실 보전과 인센티브를 통해 안전한 공사 현장 조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외 현장별로 근로자 작업중지권리 선포식을 갖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다고 8일 밝혔다.기존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도록 돼있다. 삼성물산은 이를 확대해 근로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나 상황이라도 판단되면 작업중지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4&aid=0004596804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작업중지권을 도입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입니다. 원청 지시에 따라 하청은 비용 때문에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강제성을 띤 보호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위험도의 범위도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산업보건안전법에 이미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합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55&aid=0000879670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 ①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관리감독자 또는 그 밖에 부서의 장(이하 “관리감독자등”이라 한다)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③ 관리감독자등은 제2항에 따른 보고를 받으면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④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제1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655조(고용의 의의)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
'산재와 산업안전 > 산업안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양벌규정과 자기책임의 원칙> (0) | 2021.03.30 |
---|---|
<김용균법위반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결정과 소감> (0) | 2021.03.30 |
콘크리트공사 표준 안전작업지침서에 나와 있는 사업주는 누구를말하며, 동 지침이 법적인 강제조항인지 여부 (0) | 2020.12.08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제정여부에 대한 소감> (0) | 2020.11.11 |
<겨울철 건설현장의 산업안전근로감독> (0) | 202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