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악동’으로 불렸던 이천수는 유럽 프로리그로 진출하면서 ‘입단테스트’라는 것을 봤습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뛰었다지만, 유럽에서 한국은 변방이며, 한국에서의 실력을 그대로 유럽에서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입단테스트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과연 프로리그에서 뛸 만한 실력인가, 라는 문제, 그리고 둘째는, 뛸 자격이 있다는 전제에서 얼마만큼의 연봉을 지급하여야 하는가. 라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에 유럽리그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선수라면, 당연히 입단테스트를 받지 않습니다. 선수에 대한 실례라는 의미도 입단테스트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손흥민처럼 PL에서 검증받은 선수는 입단테스트를 하지 않습니다. 선수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스포츠에서만 입단테스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좋든 싫든 타인의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입단테스트는 평가의 다른 이름입니다. 대학에서 교수를 임용할 때는 논문과 면담으로 실력을 검증하며, 공무원시험이나 입사시험에서 객관식 시험이나 면접시험은 능력과 자격을 검증하는 장치입니다. 검증장치 역시 평가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나 일단 입단 내지 입사라는 관문을 통과한다고 하여 모든 평가가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스포츠 선수는 물론 근로자도 그 명칭과 무관하게 평가를 받습니다. 공무원과 같이 정형화된 호봉제를 두고 있는 경우에도 근무평가 또는 인사평가는 필요합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당연히 객관화된 평가지표가 존재합니다.
○여기에서 임금 내지 연봉은 해당 선수(근로자도 마찬가지!)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사(입단)부터 퇴사까지 평가를 받다가 퇴사 후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타인을 평가하는 지위에 이를 수 있고, 본인의 영업능력을 평가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재직 시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새로운 직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조건의 명시’라는 제목으로 ‘사전에’ 근로조건의 핵심표지인 임금의 지급수준 및 액수 등에 명시를 사용자의 의무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지급시기는 명문화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656조에 ‘보수액과 그 지급시기’라는 조문으로 ‘후불제 원칙’을 규정할 따름입니다. 왜 후불제인가는 전술한 근로자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음미해야 합니다. 본래 근로기간은 1년이 원칙입니다. 1년 동안 평가한 근로자에 대한 능력을 기초로 재계약 여부, 나아가 임금수준에 대한 평가를 사용자에게 보장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거기에서 나아가 매월 평가한 근로자에 대한 상여금 등의 지급여부, 후생복지의 수준결정 등의 다양한 평가결과의 반영장치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정규직’이라는 이름의 근로기간의 제한이 없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1년짜리 근로계약의 원칙적 규정과 후불제 임금의 원칙은 사용자에게도 동등한 근로계약체결 및 보상수준의 결정이라는 기회를 부여한 것입니다.
○우리는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장면 값이 비싸면 맛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값만 비싸고(임금만 비싸고) 맛이 없다면(근로제공의 결과가 미흡하면) 향후 해당 중국집에 발길을 끊는 것(해당 근로자와의 재계약의 포기)이 보통입니다. 근로자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평가의 문제는 상존합니다. 인생을 경제학적 선택의 연속이라 본다면(경제학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봅니다), 근로기간 동안의 평가는 숙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민법> 제656조(보수액과 그 지급시기) ①보수 또는 보수액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관습에 의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②보수는 약정한 시기에 지급하여야 하며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고 관습이 없으면 약정한 노무를 종료한 후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6조(계약기간)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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