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촌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헤어지면 그냥 남입니다. 부부사이일 경우에는 부양의무가 있기에 서로 병원비도 내주고 식비도 지출하여야 하지만, 헤어지면 재산분할의무나 위자료 지급의무는 별론으로 하고 부양의무는 없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의 절반부담의무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채용 시에는 건강보험공단에 신고의무가 있으며, 매달 건강보험료를 원천징수해서 납부의무까지 존재합니다. 근로자가 아프면 간접적으로 치료비를 지불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근로자들은 유리지갑이라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정작 자신들이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부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된 건강보험의 결과로 자신이 현실에서 입는 혜택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아니합니다. 퇴직을 하면 사용자가 절반을 꼬박 내주던 건강보험료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외면하고 지역가입자로 편입이 되어 건강보험료가 비싸지는 점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합니다. 대통령을 헐뜯고 나라를 원망합니다. 자신이 받는 건강보험의 혜택은 당연한 것이지만, 정작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핏대를 올립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85472,85489,85496,85502 판결)은 사용자의 건강보험의 원천징수의무를 전제로 내린 판결입니다. 여기에서 사용자의 원천징수의무의 쓰라린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천징수의무는 근로자가 사회보험제도상으로 입는 혜택 중의 하나입니다. 위 판결은 형식상은 사용자가 부당하게 근로자의 근로 제공의 수령을 거절하는 등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이미 경과한 기간에 대한 임금을 소급하여 산정·지급하는 경우,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즉 사회보험료를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사용자가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기 전에는 보수총액을 확정할 수 없기에 그 결과로 인하여 사회보험료도 확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에서 다툼이 된 사안은 택시운송사업자인 사용자와 기사인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한 다툼입니다. 확정된 임금(A)과 다툼이 있었던 임금, 정확히는 사용자가 위법한 배차거부 및 승무거부로 인하여 근로자들인 기사들이 그 기간 중 소급하여 지급받을 정당한 임금(B)이 있었습니다. 이 사안은 B에 대한 다툼이 있던 중에 사용자가 B를 지급함에 있어서 사회보험료를 공제하고 지급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원심은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중에서 사회보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 법률적 근거로 사용자의 원천징수의무를 들었습니다. 본래 원천징수의무는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의무에서 비롯되었는데, 사회보험료의 강제징수라는 속성이 조세와 유사하다고 본 결과 국민건강보험법 등 사회보험법에 원천징수의무를 도입한 것입니다. 조세의 원천징수의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에 대한 징수의무자의 납부의무는 원칙적으로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때 성립하고 이에 대응하는 수급자의 수인의무의 성립시기도 같다고 할 것(대법원 1994. 9. 23. 선고 94다23180 판결 등 참조)’이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는데, 사회보험료의 속성도 이와 같다는 논거로 위의 A 외에 B는 사용자가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지 않은 소득이자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소득이기에 사회보험료를 공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B의 지급의무를 대법원이 인정한 것인데, B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누가 내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위법하게 지급을 하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은 불이익을 근로자에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므로, 사용자가 납부의무를 지게 됩니다. 당초 사용자가 정당하게 B를 근로자에게 지급했으면 근로자의 몫을 원천징수하고 납부하면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을 위법하게 지급을 하지 않아서 근로자의 몫을 덤터기를 쓴 셈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조(사업장의 신고) 사업장의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면 그 때부터 14일 이내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자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1호에 해당되어 보험자에게 신고한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제6조제2항에 따라 직장가입자가 되는 근로자ㆍ공무원 및 교직원을 사용하는 사업장(이하 “적용대상사업장”이라 한다)이 된 경우 2. 휴업ㆍ폐업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제77조(보험료 납부의무) ①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그 각 호에서 정한 자가 납부한다. 1. 보수월액보험료: 사용자. 이 경우 사업장의 사용자가 2명 이상인 때에는 그 사업장의 사용자는 해당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연대하여 납부한다. 2. 소득월액보험료: 직장가입자 ②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지역가입자 전원이 연대하여 납부한다. 다만, 소득 및 재산이 없는 미성년자와 소득 및 재산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미성년자는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③ 사용자는 보수월액보험료 중 직장가입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그 달의 보험료액을 그 보수에서 공제하여 납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직장가입자에게 공제액을 알려야 한다. 제79조(보험료등의 납입 고지) ① 공단은 보험료등을 징수하려면 그 금액을 결정하여 납부의무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문서로 납입 고지를 하여야 한다. 1. 징수하려는 보험료등의 종류 2. 납부해야 하는 금액 3. 납부기한 및 장소 중략 <대법원 판례>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에 대한 징수의무자의 납부의무는 원칙적으로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때 성립하고 이에 대응하는 수급자의 수인의무의 성립시기도 같다고 할 것이므로, 지급자가 위 소득금액의 지급시기 전에 미리 원천세액을 징수·공제할 수는 없고,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이라고 하여 소득의 범위 그 자체가 당연히 원천세액만큼 감축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4. 9. 23. 선고 94다2318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국민연금법 제88조의2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79조 제1항,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의2 제1항에 의한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의 징수·공제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부당하게 근로자의 근로 제공의 수령을 거절하는 등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이미 경과한 기간에 대한 임금을 소급하여 산정·지급함에 있어서는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를 공제할 수 없다.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85472,85489,85496,85502 판결) |
'4대보험 > 건강보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용보험, 건강보험, 그리고 국민연금의 확인청구> (0) | 2022.04.27 |
---|---|
<BTS멤버의 건강보험료 체납,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제재> (0) | 2022.04.26 |
<소득월액 건강보험료를 내는 고소득 직장인> (0) | 2022.04.22 |
<건강보험료의 개요> (0) | 2022.04.22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를 대위하여 얻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및 이때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한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 (0) | 2022.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