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가정입니다. 그런데 가정이 언제나 단란하고 화목한 것은 아닙니다. 금전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금전이 없이 행복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정이 해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입니다. 실직, 이혼, 자살, 가출 등의 가정해체의 근본적인 이유가 돈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코노사이드(economy + suicide)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살의 요소로 금전적인 요인이 많습니다. 경제적 압박이 자살의 주요 요인이기에, 자살자는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자살의 방지가 국가의 정책이라는 차원에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라는 법률까지 제정을 하였지만, 그 효과는 그리 주목할 정도는 아닙니다. 자살과 후생복지, 취업 등의 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살 자체는 산업재해가 아닙니다.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일 뿐입니다. 산업재해는 크게 1). 업무수행성과 2). 업무기인성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자살이 산업재해가 되려면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자살 자체는 업무가 아니기에, 업무수행성이라는 요인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업무기인성으로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직업은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합니다. ‘날로 먹는 직업’이 세상에서 얼마나 될 것인가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다고 당연히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살은 극심한 우울증세 등 정신병적 이력이나 극심한 정신적 외부압박 등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자살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최종적으로 산업재해라는 확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인 경우에 자살의 산업재해성을 긍정합니다. 자살 자체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기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즉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정신적 억제력과 합리적 판단능력의 상실의 정도가 관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일까? 먼저 경제 환경과 자살의 관계를 살펴보자. 멀리 대공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다. 당시 실직자들이 넘쳐났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경우도 급격히 증가했다, 다행이 실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또 언제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그때도 해고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슴 졸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제적 위신, 사회적 지위 상실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Gibbs &Porterfield(1960)의 지위변동이론이며, 이런 경제(Economy)와 자살 (Suicide)의 밀접한 관련성을 의미하는 합성어가 바로 이코노사이드(Econocide)이다. 하지만 경제적 위기가 무조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그리스와 아이슬란드가 국가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자살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그리스의 경우,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국가 자살률이 2배까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사회보장기금을 늘려서 실직자들에게 재취업교육을 시켜주거나 실업수당을 지급했고 그리스와 같은 자살률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9&gopage=1&bi_pidx=31279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2조(기본정책) ① 자살예방정책은 자살 위험에 노출된 개인이 처한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성별ㆍ연령별ㆍ계층별ㆍ동기별 등 다각적이고 범정부적인 차원의 사전예방대책에 중점을 두고 수립되어야 한다. ② 자살예방정책은 생명윤리의식 및 생명존중문화의 확산, 건강한 정신과 가치관의 함양 등 사회문화적 인식개선에 중점을 두고 수립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삭제 <2017.10.24>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
○실무상 법원이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의 산업재해성을 긍정하는 증거로 자살자의 업무수첩, 유서, 정신병 등의 치료이력, 근무환경, 동료근로자와의 관계, 업무 자체와 그 업무를 둘러싼 환경 등의 다양한 요인을 검토합니다. 자살자는 말이 없고, 자살을 하게 된 경위는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판단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근로자가 자살자의 상황이라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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