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지난 2016년 올림픽이 어디에서 개최되었는가, 그리고 한국이 금메달을 몇 개나 땄는가를 즉석에서 알아맞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을 전부 아는 분들도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올드보이라면 1976년 양정모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전 국민이 광란에 가까운 환영을 하고, 광화문에서 카퍼레이드를 했던 양정모를 틀림없이 기억을 할 것입니다. 양정모 특집방송이 며칠째 이어졌고, 감격스러운 메달획득 장면, 그리고 시상식이 무한반복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딱지에도 양정모 금메달 기념딱지가 등장했습니다. 그 이후로 양정모 금메달기념 레슬링대회까지 생겼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개인으로서도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분위기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자국민이 금메달을 딴다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뜬금없이 정규직 근로자가 되는 일은 없으며 갑자기 승진하는 근로자는 없기에, 현재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현실적입니다. 무엇보다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지속되어 온 올림픽 금메달과 자신의 치적을 동일시하는 행태가 제3세계국가의 그것과 동일했기에, 지속적인 반감이 누적된 탓도 큽니다. 한마디로 정권차원에서 국뽕을 악용한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올림픽을 전후하여 바리톤 김부열의 바로 이 노래 ‘이기자 대한건아’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방송에서 들렸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만이 대한건아도 아니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대한건아임에도 유독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만 ‘대한건아’라고 칭송을 하는 것은 과한 것입니다. 올림픽의 메달을 노리는 선수층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당일 컨디션, 대회 일정, 선수들의 운 등의 다양한 요소로 금메달이 좌우되기에, 금메달을 딴 선수만이 훌륭하다는 결론은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과거부터 우리는 지나치게 금메달 지상주의로 끌려갔습니다.
국가차원에서 호르몬 투여 등 거의 조작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른 구 동독이나 구 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의 행태로 올림픽의 취지가 훼손되고, 국가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올림픽의 근본정신인 참가정신이 망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상업주의 만연으로 올림픽이 평화의 연대의 정신을 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송국들도 과거와 같은 극심한 국뽕은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이 오는 것은 본능인지 아니면 철이 덜 들어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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