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

<원님재판과 해고사유·해고시기의 서면통지>

728x90
반응형

최근에 각 방송국에서 정통 사극의 제작이 뜸합니다. 제작단가가 높고 PPL이 어렵기에 방송국에서는 기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는 사극이 일일드라마로 방영이 되었으니까 적어도 드라마의 제작횟수, 그리고 방영횟수라는 점에서는 과거가 지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의 퀄리티는 요즘의 드라마보다 떨어지기는 하지만, 과거의 사극 일일드라마는 노년층과 장년층의 든든한 인생친구였습니다.

 

사극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궁중의 권력암투였지만, 시골을 배경으로 그 고을의 사또와 이방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사또가 동헌에서 죄수를 징치(懲治)하는 장면에서 이방이 꼭 하는 말이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입니다. 현대 형사소송법제에서는 소추기관이 유죄의 증거를 제시하고 증명까지 하여야 함에도,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이 분리되지 않은 원님재판에서는 별다른 증거가 없음에도 죄수를 하옥하고 매질 등 고문을 통하여 자백을 받으려 하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징계과정도 원님재판처럼 하면 위법한 징계가 됩니다. 근로기준법은 징계의 절차적 적법성과 실체적 적법성을 아울러 규정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적법성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이 명문으로 규정한 징계사유와 해고시기가 담긴 서면에 의한 통지만이 규정되어 있지만, 대법원은 징계절차를 담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절차를 거쳐야 적법하고 유효한 징계라 보고 있습니다. 실체적 적법성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징계를 말하며, 징계의 대표적인 경우인 해고의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253680 판결 등)’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이론을 확립하였습니다.

 

원님재판이 현대의 징계나 재판과 비교하여 특별히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혐의사실이나 범죄사실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점입니다. 징계를 당하는 근로자는 왜 자기가 징계를 받는지 이유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실은 근로기준법 제27조상의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라는 것은 규정 여부를 불문하고 근로자의 방어권보장과 무기평등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당연한 법리를 명문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에 대한 취지를 세 가지의 이유를 들어 설명을 합니다. 1). 사용자에 대한 해고의 신중함의 촉구, 2). 해고에 대한 송사의 적정한 해결, 3). 근로자에 대한 대응의 보장(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226605 판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원님재판처럼 아무런 명시를 하지 않고 단지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을 치면 위법한 징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징계대상인 근로자가 징계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를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는 위법한 것을 넘어서 무효인 해고가 됩니다. 사용자는 위법한 해고기간 동안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는 서면해고통지를 하면 요즘 말하는 임금상당액이라는 금융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27(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근로기준법 제27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7의 규정 내용과 취지를 고려할 때,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를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226605 판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