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일의 ‘아메리카’는 1960년대말 동두천 미군기지촌을 배경으로 묘사의 사실성이 두드러진 소설입니다. 동두천의 열악한 인프라와 자연재해에 취약한 현실, 그리고 기지촌 여성의 비극적인 죽음과 같은 일련의 묘사는 가난한 한국을 우회적으로 강조하였고, 이러한 장면의 사실적 묘사가 소외된 인간의 군상의 고통을 파노라마처럼 그리면서 소설미학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반면에 미군이 동두천 지역경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는 대목은 독자로 하여금 가난한 한국의 실상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대조적으로 연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은 무척이나 가난했기에, 미군과 결혼하여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한국의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기지촌 여성은 물론 여대생까지 아메리칸드림을 꿈꿨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이제 영어 원어민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면서 영어 원어민강사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국에서는 백수에 불과하지만, 백인선호 정서가 뚜렷한 한국에서는 원어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당당하게 영어를 가르 치는 탄탄한 직업을 갖게 된 것입니다. 소문이 이어지면서 무자격 강사가 속출했습니다. 이런 폐단이 자주 발견되자 교육부에서는 정식인가를 받은 자국 대졸자를 검증하고 나서 영어강사의 길을 걷게 하였습니다. 취업비자의 발급절차에서 무자격 원어민 강사가 종종 걸러지는 사실을 보면, 역설적으로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한술 더 떠서 다음 <기사>에서는 원어민 영어강사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노동조합법상 2인 이상이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뭔가 이득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 굳이 노동조합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상당한 숫자의 노동조합원이 존재하여야 원활한 노조활동이 가능합니다. 노조활동의 가장 큰 동인(動因)은 단연 돈입니다. 근로조건 중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는 단연 돈이기 때문입니다. 노조활동을 한다는 것은 돈이 생길 공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산글로벌빌리지 소속 외국인 강사 20여명’이 노조원으로 사용자는 부산글로벌빌리지이지만, 부산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영어교육 기관이라 합니다. 역시 배후에 부산시가 있기에 노조를 결성하였습니다. 혹자는 노조결성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럴 리가 만무합니다.
○건전한 노조활동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높이고 권리의식을 제고합니다. 그리고 투명한 기업경영의 감시자가 되고, 노무관리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조활동을 격려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가 노조를 결성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영어강의가 그만큼 활성화되었다는 방증입니다. 한국은 유치원부터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까지 영어가 인생의 관문인 나라입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에 영어를 중시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합니다. 외국인 영어강사가 한국을 널리 알리면 한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은 부단히 한국을 홍보하고 상품을 팔아야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원어민 영어 강사들이 노조에 가입해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나왔다. 부산에서 처음이고, 전국적으로도 14년 만이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 교육지회는 지난 4일 부산글로벌빌리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외국어 교육지회에는 부산글로벌빌리지 소속 외국인 강사 20여명이 소속돼 있다. 부산글로벌빌리지는 부산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영어교육 기관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원어민 강사들은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자 민주일반노조 외국어 교육지회에 가입하게 됐다. 원하는 날 연차를 쓰지 못하고 사용자가 지정하는 날 쉬어야 했고, 취업규칙상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029475?sid=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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