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열정페이’라는 말이 언론을 누볐습니다. 열정페이의 원인은 서양의 도제시스템처럼 스승에게 배우는 근로자가 정당한 임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근거에 기인합니다. 서양의 도제시스템은 현대 노동법제에서는 수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열정페이를 지급했던 모든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신안염전이나 구두수선공 같은 경우도 인정이 되지 아니합니다.
○노동법령은 언제나 근로자만을 보호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등한 당사자를 전제로 규정된 노동법령이 근로자만을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법령 중에서 사용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약정이 경업금지약정입니다.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에 사용자가 수행하던 사업과 경쟁이 되는 사업, 즉 경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약정하는 규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열정페이를 했던 사업장은 대부분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열정페이를 주도했던 사용자는 자기로부터 일을 배운다고 생각을 하여 열정페이를 지급한 것이며, 경업금지약정은 자기에게 배웠던 일로 자기 사업장 주위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거나 사업장을 새로 차리는 것은 자기의 밥줄을 끊는다거나 배신행위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편의점의 약정처럼 프랜차이즈사업에서도 경업금지약정이 무수히 발견됩니다. 거기에서는 경업금지약정을 넘어 손해배상의 약정, 나아가 위약벌까지 약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경업금지약정은 흔한 법현상입니다. 당연히 송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약정 자체는 유효하되, 민법 제103조를 들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경업금지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선고를 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 그 경업금지약정이 보호가치가 있는가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을 두루 고려하여, 즉 양형을 하여 판단을 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최근에 학원강사가 경쟁학원에 근무한 경우가 경업금지약정에 위반한다는 하급심의 판결이 있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경업금지 의무는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의 보호 또는 고객의 오인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범위에서는 그 효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경업을 금지하고 있는 계약내용이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생존권을 지나치게 엄격히 제한하는 것일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법원에서는 상권의 유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약 종료 후 1년간 기존의 영업지역에서 동종 영업을 금지하는 조항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12. 2. 자 2010카합1692 결정).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25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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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종합적 고려라는 이름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경업금지약정이 사용자와 근로자, 그리고 공공의 이익까지 고려하여야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 즉 경업금지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이기에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취지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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