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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안성탕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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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LG그룹의 고 구본무 회장과 어느 장례식장에서 얼떨결에 겸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LG계열사의 총수이자 구씨 문중의 일원인 분이 상을 당해서 고 구본무 회장이 문중을 대표하여 상주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았는데, 식사시간이 되자 조문객 사이에서 식사를 하면서 얼떨결에 저와 겸상을 한 것입니다. 아무튼 고 구본무 회장이 소문대로 소탈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멸치볶음 반찬을 맛나게 드시는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재벌가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들이기에 먹는 것도 똑같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재벌가 사람들이라고 매일 산해진미를 먹는 것은 아닙니다. 고 정주영 회장이나 고 김우중 회장 모두 설렁탕이나 우거지국과 같은 서민대중이 즐기는 음식을 잘 먹었습니다. 특히 고 김우중 회장은 일을 빨리 하려고 설렁탕이나 비빔밥을 즐겼다는 사연은 유명합니다. 이렇게 부자와 빈자 간에 음식은 어느 정도 평등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부자와 빈자 간에 평등한 것이 있으니 바로 라면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라면 애호가인 것은 유명합니다. 밀가루 음식 자체를 싫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있지만, 고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고 노무현 대통령 모두 라면 애호가였습니다. 라면이야말로 절대권력자는 물론 재벌총수부터 가난한 독신자까지 모두에게 평등한 식품입니다.

 

라면이 국민식품이라는 것이 막바로 모든 라면이 대중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라면 중에서 매운라면이 대중적입니다. 신라면을 필두로 라면의 대세는 단연 매운라면계열입니다. 맵게 더 맵게! 이제 매운 라면을 파는 분식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분식집의 표준라면(?)은 매운라면계열의 신라면입니다. 실은 신라면은 전국의 라면을 천하통일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국라면을 대표하기도 하며, 외국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매운라면이 라면을 석권한 것은 매운맛이 라면의 느끼한 맛을 중화시키기도 하고 입안에서 강력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DNA에 매운맛을 선호하는 인자가 각인되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주위를 보면, 그 매운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으면서도 맵지않고 시원하다(!),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인의 음식에서 마늘과 고추가 없으면 그 어떤 음식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매운라면이 체질화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예외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매운 것을 엄청나게 싫어합니다. 매우면 땀을 뻘뻘 흘리다가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예 식당에서는 맵지 않게를 연발합니다. 모든 한국인의 체질이 매운 것에 순치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은 그것이 다양한 인간군상의 세계에서는 당연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맵지 않은 라면계열의 하나인 안성탕면을 좋아했습니다. 신라면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라면을 먹지만,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거의 안성탕면을 꼽습니다. 그 외에도 포장마차나 우동, 멸치칼국수 등을 선택합니다. 마트에서도 안 매운 라면을 선택합니다. 예전에 평생 안성탕면만을 드셨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사연을 그래서 인상깊게 보기도 했습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멘트보다 강부자가 다정다감하게 호소하는 안성탕면!’이라는 멘트가 더 정겨웠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대세 신라면 외에 짜파게티나 짜파구리 또는 너구리가 그 다음 선택지가 되고 안성탕면은 거의 마이너 선택지가 되어서 뭔가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라면소수자(?)인 저는 불만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fOe2hm2h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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