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90년 전후까지는 홍콩의 무협영화가 한국 극장가의 한 축이었던 시절입니다. 물론 그 시절까지 무협지라는 장르도 만화가게를 중심으로 애독자가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복수극을 플롯으로 한 스토리에 더하여 새로운 유형의 무술, 즉 MMA(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의 등장으로 쿵푸를 비롯한 중국무술 자체가 무협영화나 무협지 속의 맹활약과는 거리가 멀고 현실에서는 체조나 무용에 가깝다는 비난이 쇄도하면서 비판의 십자포와 무관심의 쌍끌이로 이들은 빛의 속도로 사라져 갔습니다.
○무협영화나 무협지의 주인공은 판에 박은 캐릭터가 당연한(!) 설정이었고 스토리도 대동소이했습니다. 주인공은 장동건이나 조인성은 근처에도 못 갈 미남자인데다가 무예와 학문이 절륜의 자질을 지닌 사람인데,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피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백면서생으로 지내다가 숨은 무술의 고수를 만나서 천하의 비급을 전수받아 뼈를 깍는 수련을 통하여 익히고 부모님의 원수를 요절낸다는 복수극의 스토리가 바로 무협지나 무협영화의 천편일률이었습니다. 그런데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무예를 익히는 과정은 스승과 도제(Master & Apprentice)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서양의 도제시스템(Apprenticeship System)입니다.
○현대에 와서도 도제와 유사한 견습(‘수습’ 또는 ‘시용’이라고도 합니다)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견습제도는 미용실 등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직종에서 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속칭 ‘열정페이’를 강제하는 경우가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기술과 일을 배우는 측면이 있기에 오히려 자신이 보수를 받아야 하기에 열정페이는 정당하다고, 즉 무협지 속의 주인공과 같이 허드렛일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국가체계에서 도제시스템 자체는 부정하지 않지만, 열정페이만큼은 최저임금법으로 규율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등은 준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수습근로자에 대하여 ‘시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시용근로자의 본 계약 체결의 거부를 해고라 보되, 그 사유를 통상 근로자보다 넓게 봅니다(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위 판례를 보면 시용기간과 본 계약기간이 법률적으로 별개의 것임을 전제로 법리를 전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자가 별개라 하더라도 연차휴가, 퇴직금 등의 문제도 별개의 그것으로 볼 것인지 문제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2. 2. 17. 선고 2021다218083 판결)은 甲이 乙 의료원의 수습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1개월간 원무과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사무보조 등 업무를 수행하고 수습기간 만료 이후 乙 의료원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된 사안에서, 甲의 수습사원 근무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반대해석으로, 즉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동시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인 경우에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데, ‘1년 이상의 계속근로기간’에서 수습기간을 포함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위에서 본 것처럼, 시용기간 만료 후 본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공백 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 시용기간과 본 근로계약기간을 통산한 기간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으로 보아야 판시한 것입니다. 수습근로자도 근로자인 이상 계속근로로 포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간혹 수습근로자를 3개월 이상 약정하면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3개월’을 주장하는 근거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 소정의 최저임금의 감액기간의 상한선 3개월을 드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최저임금의 감액기간을 3개월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수습기간 자체가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위법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수습을 하면, 대부분 당해 수습근로자가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 ①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경우에 하나의 사업에서 급여 및 부담금 산정방법의 적용 등에 관하여 차등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거나 설정된 퇴직급여제도를 다른 종류의 퇴직급여제도로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④ 사용자가 제3항에 따라 설정되거나 변경된 퇴직급여제도의 내용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5조(최저임금액) ① 최저임금액(최저임금으로 정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시간ㆍ일(日)ㆍ주(週) 또는 월(月)을 단위로 하여 정한다. 이 경우 일ㆍ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時間給)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 ②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사람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제외한다. ③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1> [1] 시용이란 본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근속기간 중에 직종 등 근로제공의 형태가 변경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용기간 만료 후 본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공백 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에도 시용기간과 본 근로계약기간을 통산한 기간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으로 보아야 한다. [2] 甲이 乙 의료원의 수습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1개월간 원무과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사무보조 등 업무를 수행한 후 乙 의료원으로부터 급여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고, 수습기간 만료 이후 乙 의료원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된 사안에서, 甲이 乙 의료원의 수습사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단순히 실무전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시용기간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甲이 수습기간 만료 후에도 계속 乙 의료원의 근로자로서 근무한 이상 甲의 수습사원 근무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21다218083 판결) <대법원 판례2>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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