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미신고기간(산재보험료 납부지체) 중의 산재사고>

○보험계약을 법률용어로 사행계약(射倖契約)이라 합니다. 이 의미를 쉽게 말하면 보험 자체가 도박의 성격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연히 외래의 급격한 사고가 보험사고인데, 우연성을 전제로 하는 이 보험사고란 도박의 우연성과 사실상 동일하며, 여기에 보험급여라는 금전적 급부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사행계약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보험을 규율하는 상법 ‘보험편’에서는 도박성을 방지하려는 여러 가지 법적 장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의 책임개시를 규정한 상법 제656조도 보험의 도박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문입니다. 보험을 도박화하려는 보험계약자는 굳이 보험료라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공짜로), 보험급여를 취득하려는 이기적 행태를 보입니다. 그리고 보험사고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사실상 방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자의 책임을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한 이후부터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모든 보험에 공통적으로 적용합니다. 최초보험료의 지급으로부터 보험자의 책임이 개시된다는 것이 보험계약 자체가 낙성·불요식 계약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상법 제638조).

 

○결과적으로 보험자의 책임개시와 최초보험료에 대한 규정은 중국집에서 자장면 값을 선불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선불약정은 자장면에 대한 매매대금, 즉 반대급부의 지급시기를 정한 것이며, 자장면을 제공하여야 하는 중국집 사장의 책임개시는 자장면을 주문하는 시점, 즉 자장면의 매매계약의 시점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보험계약과 그 책임개시 시점과는 그 성격을 달리합니다. 그런데 산재보험과 같은 국영보험은 일반보험과 동일한 보험의 속성을 지녔지만, 일반적인 보험과는 달리 책임개시 시점이 최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발생함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 사업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가입자가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1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를 말하며, 1인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아닌 한 모든 사업주는 ‘당연히’ 산재보험에 가입됩니다. 당연히 산재보험에 가입된다고 하여 ‘당연가입자’라고 하는데, 그 실질이 강제가입입니다. ‘강제’라는 표현은 어딘지 공산주의스러운 인상이 있기에 표현을 완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일반보험은 보험계약(상법 제638조)을 체결하여야 보험계약이 성립되고 최초보험료를 납부하여야 책임이 개시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그 책임이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주가 되는 시점에 성립하기에(보험료징수법 제7조 제2호), 최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보험자인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에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합니다. 그러나 산재보험도 보험입니다. 돈 놓고(산재보험료), 돈 먹는(산재보험급여) 것이 보험의 본질적 구조입니다. 보험자인 근로복지공단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산재보험급여의 지급책임은 발생하지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사업주는 보험관계의 성립신고와 보험료납부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을 지체한 사업주에게 보험료징수법은 제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료징수법 제26조 제1항은 1). 사업주가 제11조에 따른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 2). 사업주가 산재보험료의 납부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사업주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의 일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관계의 성립신고는 그 보험관계가 성립한 날부터 14일 이내(보험료징수법 제11조 제1항)이고, 월별보험료를 다음 달 10일까지(보험료징수법 제16조의7 제1항)입니다. 말하자면, 산재보험관계신고를 늦게 하거나 산재보험료 납부를 지체했어도 재해근로자는 산재보험급여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으나, 당해 사업장의 사업주는 그 산재보험급여의 일부를 부담하게 됩니다.

<상법> 제638조(보험계약의 의의)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제656조(보험료의 지급과 보험자의 책임개시) 보험자의 책임은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최초의 보험료의 지급을 받은 때로부터 개시한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보험가입자) 중략 ③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 사업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의 보험가입자가 된다. 제7조(보험관계의 성립일) 보험관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에 성립한다. 중략 2. 제5조제3항에 따라 사업주가 산재보험의 당연가입자가 되는 사업의 경우에는 그 사업이 시작된 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단서에 따른 사업이 제5조제3항에 따라 사업주가 산재보험의 당연가입자가 되는 사업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 해당하게 된 날) 제11조(보험관계의 신고) ① 사업주는 제5조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라 당연히 보험가입자가 된 경우에는 그 보험관계가 성립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사업의 폐업ㆍ종료 등으로 인하여 보험관계가 소멸한 경우에는 그 보험관계가 소멸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공단에 보험관계의 성립 또는 소멸 신고를 하여야 한다. 단서생략 제26조(산재보험가입자로부터의 보험급여액 징수 등) ① 공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주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 1. 사업주가 제11조에 따른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 2. 사업주가 산재보험료의 납부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 ② 공단은 제1항에 따라 산재보험급여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기로 결정하였으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려야 한다. 제16조의7(월별보험료의 납부기한) ① 사업주는 그 달의 월별보험료를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16조의6 및 제16조의9제2항에 따라 산정된 보험료는 건강보험공단이 정하여 고지한 기한까지 납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