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을 먹을까, 볶음밥을 먹을까 고민이에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등장하는 윤미라의 극중 대사의 하나입니다. 현실에서는 윤미라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도 밥을 먹을까, 아니면 햄버거를 먹을까, 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밥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선택지는 다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햄버거를 선택하더라도 햄버거세트를 먹을까, 아니면 햄버거 단품을 먹을까, 하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나아가 롯데리아냐, 아니면 맥도날드냐, 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영원한 강점입니다.
○선택의 영역은 보험에서도 존재합니다. 삼성생명을 선택할까, 아니면 한화생명을 선택할까, 라는 영역에서 출발하여 같은 한화생명이라 하더라도 갑 보험설계사를 선택할까, 을 보험설계사를 선택할까, 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선택이 불가능한 보험이 있습니다. ‘4대보험’, 또는 ‘사회보험’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산재보험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그리고 고용보험과 같이 국영보험이자 강제보험입니다. 그 실정법적 근거가 바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입니다.
○같은 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는 사업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산재보험이라는 국영보험이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사업, 그리고 사업주, 근로자, 산재보험료율 등 산재보험법적 법률관계를 국가가 강제적으로 규율한다는 의미입니다. A회사의 갑 사장이 아무리 내 사업장은 B회사라고 우겨도 국가는 A회사를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인 사업장으로 보고, 그 적용사업의 실체에 따라 산재사고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재보험료율을 직권으로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누가 사업주인지를 근로복지공단에 가려달라는 법규상, 그리고 조리상 신청권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가가 근로복지공단을 통하여 직권으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로 강제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안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갑의 요양급여 신청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요양승인 처분을 하면서 사업주를 을 주식회사로 보아 요양승인 사실을 통지하자, 을 주식회사가 갑이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거부 통지를 한 사안입니다. 강제보험인 산재보험이기에 근로복지공단은 을 주식회사가 갑은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우겨도 직권으로 조사하여 요양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민간보험이라면 그냥 보험금지급거부만 하면 족합니다.
○이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의 거부가 행정소송법상 ‘처분등’에 속한 거부(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속하는가에 대하여 대법원은 1). 거부처분의 일반적 전제로서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며, 2). 국영보험이자 강제보험인 산재보험의 구조적 특질, 즉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따라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의 이유로 ‘처분등’, 즉 행정처분성을 부정하여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위에서 1).의 요건은 모든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적용되는 요건이기에 관건은 2).의 요건입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은 산재법 제6조에 따라 강제적용되는 국영보험임을 전제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의하여 산재보험법상의 사업주의 지위, 즉 당연가입자인 보험가입자의 지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부적법한 소송임을 이유로 소각하 판결을 내렸습니다. 산재보험의 강제보험성을 명확히 확인한 판결입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처분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2. "부작위"라 함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②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행정청에는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행정기관, 공공단체 및 그 기관 또는 사인이 포함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6조(적용 범위)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 다만, 위험률ㆍ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 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 [1]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청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다. [2] 업무상 재해를 당한 갑의 요양급여 신청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요양승인 처분을 하면서 사업주를 을 주식회사로 보아 요양승인 사실을 통지하자, 을 회사가 갑이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거부 통지를 한 사안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은 사업주가 이미 발생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당시 재해근로자의 사용자가 자신이 아니라 제3자임을 근거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규상으로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따라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 변경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신청을 거부하였더라도 을 회사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위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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