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려서 동화를 읽습니다. 그 중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단연 단골손님에 해당합니다.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엉뚱하게 자기도 그런 곳에서 사는 꿈도 꾸게 됩니다. 아무튼 무인도에서 살아가면 남을 해할 가능성 자체가 없습니다. 타인과 살아가면서 비로소 살인죄, 상해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해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인기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저도 종종 즐겨 봅니다. 그런데 간혹 ‘나는 자연인이다’를 한국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부르는 분이 있는데, 절반만 맞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소유권자가 아예 없을 수 있는 무인도와는 달리 ‘자연인’에 등장하는 산은 소유권자가 대부분 있기 때문입니다. 산속에서 혼자 나무를 때고 물고기를 잡고, 나물을 캐면서 살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의 산림법제는 무수히 많은 법률이 산재합니다. 국토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산림법, 산림자원보전법, 임업법, 초지법, 농지법 등 무수히 많은 법률이 존재하여 ‘자연인’을 규제합니다.
○쉽게 설명합니다. 내 산에서 나무를 허가 없이 베는 것도 위법입니다. 왜냐하면, 산속의 나무를 함부로 베면 민둥산이 되어서 홍수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 이외에도 자연환경보전의 필요성도 있기에, 내 산에서 함부로 나무를 베도 안 되고, 농지를 만들어서 농사를 짓지도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타인과 타인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현대인은 당연히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지 않을 의무가 발생합니다. 법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법이 강제하는 공간에서 사는 것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타인과 더불어 산다는 전제에서 타인의 생명을 보호할 법률적 의무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병원수술실, 산업현장, 교통현장, 학교 등 현대인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대부분 발생합니다. 이렇게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해하지 않을 의무가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업무상주의의무가 발생하는 공간입니다. 얼마 전에 발생한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당연히 업무상 주의의무, 즉 공사장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해하지 않을 주의의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바로 산업재해입니다. 산업재해는 개인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업재해를 포괄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사업주를 넘어 국가의 의무라는 국가구성원의 동의하에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라는 단행법이 있습니다. 이 법률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추상적인 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안전보건의무 또는 안전조치의무라 합니다. 그런데 천태만상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의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기에,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그런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업무상 주의의무의 실질은 산안법 및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안전조치의무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실은 양 의무가 다르다는 생각 자체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성립한 산안법위반죄는 동시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동시에 성립하되 하나의 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형법상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이 성립한다고 판시(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642 판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대법원(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도15004 판결) 은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지시하는 현장소장이 25톤급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하여 작업하기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도 실제 16톤급 이동식 크레인을 배치하고 피해자에게 적재하중을 초과하는 철근 인양작업을 지시하여 철근 인양작업을 하는 크레인이 중량물 취급 시에 필요한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산안업위반죄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하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벌칙) ① 제3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39조제1항(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63조(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제1항의 죄를 저지른 자는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32조(양중기) ① 양중기란 다음 각 호의 기계를 말한다. 1. 크레인[호이스트(hoist)를 포함한다] 2. 이동식 크레인 3. 리프트(이삿짐운반용 리프트의 경우에는 적재하중이 0.1톤 이상인 것으로 한정한다) 4. 곤돌라 5. 승강기 후략 제135조(과부하의 제한 등) 사업주는 제132조제1항 각 호의 양중기에 그 적재하중을 초과하는 하중을 걸어서 사용하도록 해서는 아니 된다.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40조(상상적 경합)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대법원 판례변형> 피고인이 25톤급 크레인을 기준으로 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것만으로는 이 사건 크레인의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작업계획서 미작성으로 인한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작업이 이 사건 크레인의 적재하중을 초과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크레인의 적재하중을 파악하기 위해 제원표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인양이 가능하다는 피해자 등의 말만 믿고서 작업을 지시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적재하중을 초과한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되기에,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보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수긍할 수 있다.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도15004 판결)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과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에 있어서, 위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방지조치의무와 업무상주의의무가 일치하고 이는 1개의 행위가 2개의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도2642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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