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극 하면 조선시대였고, 한국민속촌에서 촬영하는 것 또한 기본이었습니다. 거의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사극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주막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주모전문배우라는 분들도 활약을 했습니다. 아무튼 주막은 현대의 호텔처럼 조선시대의 서민상대 숙박업소, 주점 및 식당을 겸한 사업체이지만 조선시대에는 현대 행정법체계처럼 특별히 영업허가라는 규제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음식점허가라는 규제는 강학상 경찰허가라는 것으로 독일행정법계에서 고안되었습니다. 요즘 행정법의 시각으로 보면 주막은 무허가 숙박업소인 셈입니다.
○한편, 원로가수 백년설이 부른 ‘번지 없는 주막’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번지’란 지적법령(현재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여된 ‘지번’을 말하는바, 번지가 없는 주막은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여 준공검사필증(사용승인)을 교부받지 못한 건물일 가능성이 크며, 나아가 부동산등기부에 등기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이렇게 행정법 전반을 위반한 주막이라 하더라도 여기에서 숙박을 하거나 취식한 손님을 대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불법(행정법)이 있다고 하여 대금(민법)의 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소박한 법률지식을 지닌 서민들은 불법이면 그 불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부 금지되는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과 가입의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불법체류란 출입국관리법상의 체류자격(비자)을 적법하게 부여받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체류가 불법이지만, 이들도 인간의 권리로서 음식점에서 밥값을 내고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숙박업소에서 투숙도 가능합니다. 대중교통의 이용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설립이나 가입이 가능한지는 다툼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와 무관하지 않은데, 체류가 부정된다면 근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다수의견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주 : 현재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개념을 수정)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하 ‘취업자격’이라고 한다)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는 논거로, 요약하면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근로자라 하더라도 밥을 먹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용계약도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노동조합의 설립과 가입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없고 이미 취업한 사람조차도 근로계약의 존속을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 하여 취업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그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장차 근로관계가 성립 혹은 계속될 것을 전제로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려 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라고 반대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민법상 비법인사단이라는 단체법상의 법률현상이므로, 체류자격여부와 노동조합의 설립 및 가입은 별개로 보는 다수의견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 [다수의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 제5조, 제9조, 구 출입국관리법(2010. 5. 14. 법률 제10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내용이나 체계, 취지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하 ‘취업자격’이라고 한다)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임금 등의 금전적 청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 등 위법한 고용의 결과이긴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기왕의 근로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없고 이미 취업한 사람조차도 근로계약의 존속을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 하여 취업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그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장차 근로관계가 성립 혹은 계속될 것을 전제로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려 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결국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지위 향상을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고,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2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인 경우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 조합원 수, 대표자의 성명’에 관한 서류를 설립신고서에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은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어서, 일반 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두10584 판결 등 참조).‘는 것도 다루어졌으나, 이에 대한 상세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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