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작가의 ‘운현궁의 봄’은 조선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 이하응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대원군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기에 이를 소설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그 ‘운현궁의 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입니다. 세도정치를 종식시키려는 대원군의 야망과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운현궁의 봄’이 세상에 나온 지 오랜 후에 최민식이 열연한 ott드라마 ‘카지노’에서 또다시 화무십일홍이 등장했습니다. ‘정권’이 ‘카지노 운영권’으로 변했지만, 그 속성 자체는 동일합니다.
○2000년 초반까지 유통의 절대강자 백화점과 마트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통판 ‘화무십일홍’인 셈입니다. 미국도 온라인 시장의 활성화로 무수히 많은 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디씨코믹스의 간판 ‘배트맨’이 활동하던 고담시의 상징적인 건물로 백화점이설정될 정도였는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급상품의 판매처는 백화점이 꼽힙니다. 명품런이 벌어지는 장소도 백화점입니다. 백화점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직접 구경하고 상품에 대하여 문의를 하기 위함입니다. 온라인상가와는 달리 백화점에는 아직도 무수히 많은 판매원이 있습니다. 대다수 시민은 백화점의 판매원이 전부 백화점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나아가 굳이 공정거래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직접 백화점 측이 직접 고용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입점업체의 근로자에게 백화점 측이 갑처럼 군림하는 것도 이미 상식수준입니다. 다음 <기사>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중노위는 백화점·면세점 입주업체 근로자들로 이뤄진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면세점·백화점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 사건에서 초심과 같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노조원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합니다. 여기에서 ‘사용자’가 누구인가가 위 <기사>의 배경입니다.
○백화점 입점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백화점이 ‘갑질’을 하는 것은 국민상식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갑질’을 하는 당사자가 당연히 사용자라는 결론은 부당합니다. 실은 그 이전에 백화점이 ‘갑질’을 하기에 사용자라고 송사를 벌인 적도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 백화점 측이 사용자로 본 판례(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가 있습니다. 사안은 어느 인력회사와 판매용역계약(세일즈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 파견되어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을 등이 갑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구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판견직원들에게 백화점 매장 관리 및 판매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사용종속성이 인정되면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번 근로자성이 긍정되니까 우르르 줄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근로조건의 구조적 유사성은 유사소송으로 이어집니다. 대법원은 그 유사소송에서 대부분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사용자도 근로자들의 소송에 대응하는 행동양식의 매뉴얼이 있습니다. 근로자 개념의 본질적 속성인 사용종속성, 즉 사용자의 실질적인 업무 지휘ㆍ감독을 배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는 위 대법원 판결의 연장선상입니다. 백화점 측이 입점업체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와 실질적인 업무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대법원의 이론구성(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의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입점업체 근로자들은 진짜 시어머니는 백화점 측인데, 나약한 시어머니인 입점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해야 하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화점 측에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 노동조합이 개별적으로 교섭요구를 하면 백화점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생깁니다. 이해관계의 조절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기사> 중노위는 백화점·면세점 입주업체 근로자들로 이뤄진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면세점·백화점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 사건에서 초심과 같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노조원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백화점과 면세점들이 입점업체 근로자들의 노동환경, 고객 응대, 휴일·휴가 등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다며 유통업체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노조 조합원은 입점 화장품업체 등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여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이에 대해 △노조원이 속한 기업들이 백화점과 면세점을 통하지 않고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하청기업이라거나, 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노조원들이 이들 유통업체에만 전속돼 근로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노조원들의 근무스케줄, 휴가, 수입 등은 실제 소속 회사에 의해 결정되는 점 등을 들어 유통업체가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94135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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