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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과 체당금/임금체불

<무면허건설업자에 대한 하도급과 임금체불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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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야 할 돈을 안 줘서 죄가 되는 경우는 형법상 사기죄, 조세범처벌법위반죄,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금품체불죄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기죄(차용금사기)가 되는 경우는 사기의 습벽이 있고 다수 채권자로부터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는 등의 외부적 정황이 있어야 실무에서 유죄로 판단합니다. 절대적 다수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그칩니다. 실은 그렇게 해야 자본주의경제의 핵심인 금융시스템이 운용됩니다. 금전채무의 불이행을 만연히 범죄로 인정하면 금융거래는 크게 위축이 됩니다.

 

그러나 뭐든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금품체불죄는 임금채권이라는 금전채권의 지급시기를 경과하면 당사자의 합의가 없는 한 14일이 경과하면 범죄가 완성됩니다(형법상 즉시범). 게다가 건설공사의 하도급의 경우에는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으며(근로기준법 제44), 심지어는 체불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했어도 처벌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2). 그 예외적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건설산업기본법상 무면허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 직상수급업체의 대표자입니다.

 

법률은 상식의 연장선상인 것이 보통인데, 돈을 줬음에도 처벌하는 것은 요즘 말로 너무 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처벌의 당사자는 억울해서 팔짝 뛸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10938 판결 등)은 무면허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 경우에 민사상 연대책임은 물론 형사책임도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관은 아무나 오르는 자리가 아닌 만큼,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이렇게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4055판결)은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같은 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 판결문을 요약하면, 무면허건설업체에 하도급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이기에, 임금 등 체불이라는 결과를 발생한 경우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직상수급업체가 억울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면허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줘서 발생한 결과의 책임을 묻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라는 것이 법문의 행간의 취지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도 원심은 비록 무면허업체에 하도급을 했어도 수급인 등을 통하여 전액 지급되었다고 인식하였고 따라서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 반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은 간접적이나마 임금직접불의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위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전달되도록 담보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책임주의라는 형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예외적인 형벌조항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규정한 것은 하수급업체가 임금 등의 명목으로 수취한 돈을 꿀꺽하고 야반도주를 하는 등 악용의 사례가 많다는 역사적 반성의 고려에서 도입한 조문입니다. 물론 입법 당시에도 직상수급업체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세 하수급업체에 의한 악용이 너무나 많아서 입법이 강행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관급공사나 대형공사의 경우에 하수급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에게는 발주자나 원도급업체가 직접 임금을 입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입니다.

<근로기준법>
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하 공사도급이라 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109(벌칙) 36, 43, 44, 44조의2, 46, 51조의3, 52조제2항제2, 56, 65, 72조 또는 제76조의3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6, 43, 44, 44조의2, 46, 51조의3, 52조제2항제2호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
. 구 건설산업기본법(2018. 12. 31. 법률 제161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5, 96조는 수급인이 하도급을 하는 경우 등록한 건설업자에게 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구 근로기준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44조의2, 109조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같은 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입법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10938 판결 참조).
. 또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마련된 조항으로서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근로자가 임금 수령권한을 하수급인에게 위임하였다는 이유로 직상 수급인이 임금 상당액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했는데 나중에 하수급인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직상 수급인이 이미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보아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책임을 면하는 것은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임금을 지급받도록 확실히 담보하고자 하는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217370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 직상 수급인이 근로자로부터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위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전달되도록 담보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4055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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