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신념과 현실 : (feat, 희망퇴직)>

행복의 3대 요건은 1).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과, 2). 자신의 성 취향에 맞는 섹스를 즐기는 것, 3).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놀이를 즐기는 이 세 가지다.

-마광수 어록 중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한국을 지나치게 사회의 비중이 높은 ‘정치과잉의 국가’라고 단정 지으면서 개인을 우위에 두면서 ‘성의 해방’을 통한 ‘인간성의 해방’을 주창한 인물이 고 마광수 연세대 교수입니다. 마광수 교수의 직업관은 그의 생전의 위 문장 하나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성생활과 놀이를 위한 직업찾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말과 달리 행동은 다른 차원의 영역입니다. 공자의 명언 ‘실천궁행(實踐躬行)’이 2,5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효한 이유는 실천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업찾기’는 바로 ‘생존의 영역’이기에 더욱 어렵기도 합니다. 마 교수의 오류는 ‘생존’이 ‘섹스’보다 우선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간과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성불구자는 물론 성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생존은 필수적입니다. 성욕보다 생존욕이 우선한다는 이치를 간과하였기에, 그의 문학관은 물론 분신과도 같은 그의 작품도 독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것입니다. 현실을 누구보다 중시한다는 마광수 교수의 인생관은 본인에게도 잔인하게 부메랑으로 돌아갔으며, 그는 비극적 인생을 스스로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광수 교수의 인생관 중에서 ‘직업찾기’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생각 자체는 유효합니다. 헌법상 직업의 자유란 바로 스스로 ‘직업찾기’를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금수저로 태어날 수는 있어도 근로자로 태어날 수는 없습니다. 근로자는 반드시 근로계약이 선행됩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계약의 자유’를 규정하는데, 바로 이것이 자유로운 ‘직업찾기’입니다.

 

○근로계약의 자유는 선택의 측면에 한정할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직할 자유도 당연히 포함합니다. 그리고 사직할 자유도 포함합니다.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나 사직에 집중이 되지만, 노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합의에 의한 종료도 현실에서는 존재합니다. 다음 <기사1>과 <기사2>는 같은 회사인 기아자동차의 희망퇴직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는 불황기인 2004. 12. 13.에, 후자는 호황기인 2024. 10. 27.에 각각 행해졌습니다. 희망퇴직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행해졌지만, 세인들이 아는 것처럼 불황기 구조조정의 차원이 아니라 호황기에서도 인력피라미드를 구축하기 위하여, 즉 중상위 직급에 치우친 중년층의 인력을 축소하는 차원의 희망퇴직이 대기업의 경영트렌드입니다.

 

○희망퇴직을 명예퇴직이라고도 부르는데, 명예퇴직이 ‘명퇴족’이라는 멸칭으로 남용이 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가급적 희망퇴직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튼 희망퇴직과 동의어인 명예퇴직에 대하여 대법원(대법원 2000. 7. 7. 선고 98다42172 판결)은 ‘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서 쓰자면, 노사 간에 합의, 즉 근로관계의 종료에 대한 계약인 것입니다. 계약인 이상 계약의 구속력이 발생합니다. 또한 합의금, 즉 명퇴금에 대한 합의도 법률에 정해진 것이 없고 당사자 간에 정하기 나름입니다.

 

○마광수 교수로 다시 돌아옵니다. 마 교수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자유로운 성생활과 놀이를 이어가라고 조언했지만, 현실에서는 제1의 요건인 ‘직업찾기’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마 교수의 제자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노벨상을 받기 전에는 생존을 고심했습니다. 마 교수 생전에도 자신의 작품이 팔리기는커녕 출판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고민을 할 정도로 소설가의 인생은 난이도가 극악이었지만, 정상급 소설가인 한강도 생존난이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 교수가 생전에 탐독했던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희망퇴직을 단행한 퇴직자는 본질은 변함이 없겠지만, 제2의 인생이라는 또다른 실존을 위하여 ‘직업찾기’를 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생존은 실존이며, 섹스는 본질의 하나입니다. 기업에게 있어서 본질이란 지속적으로 비용최소화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희망퇴직은 이를 위한 실존입니다.

<기사1> 현대ㆍ기아자동차(회장 정몽구)가 과장 이상 간부에 대해 희망퇴직 형태의 강도높은 인력감축을 실시한다. 환율하락, 유가상승 등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내수시장 저성장국면 돌입, 수출증가세 둔화 전망 등 영업환경도 악화될 것으로 판단해 인력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달 철도차량 계열사인 로템의 관리직 대규모 감축에 이어 그룹 주력사인 현대기아차가 인력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간 것. 이에 따라 그룹내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각 부서별로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해 감축 인원수를 정해 해당자를 선정,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퇴사 대상에 대해 희망퇴직 형태를 취하는 한편 적절한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연말 직원 인사와 연동해 희망퇴직자들을 일괄 처리할 전망이다. 실적이 부진한 부서의 경우 퇴직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0485037?sid=101 <기사2>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기아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황이 나쁘지 않은 일부 대기업들도 인사적체 해소 및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령·비핵심 부서 직원들의 조기퇴직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55세(1969년 출생) 이상 일반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사측은 대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했고, 1대1 면담을 통해 희망퇴직 신청 의사를 물었다. 기아 측이 제시한 조건은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복지 유지, 월급 20개월 치 지급, 위로금 1000만~2000만원 지급 등이다. 조건이 좋자 애초 회사가 생각한 대상자가 아닌 40대 후반 직원이 인사 부서에 따로 요청해 희망퇴직을 승인받기도 했다. 기술, 생산, 영업 등 부서는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현대차가 50대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2년 전 도입한 ‘커리어 컨설팅 지원제도’와는 다르다. 기아 관계자는 27일 “사측이 강제적으로 퇴사를 압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 “희망퇴직 지원자는 연말까지 근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734195?sid=101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제3조(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 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대법원 판례> 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 명예퇴직 대상자로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때에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명예퇴직일자에 비로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여 명예퇴직예정일이 도래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되고 사용자는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명예퇴직의 합의가 있은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7. 7. 선고 98다4217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