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10조는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까지 포함하여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발생건수 등을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산업재해발생건수 등은 도급인 자신이 직접고용한 근로자에 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단계하도급구조로 형성된 도급구조인 경우에 그 다수의 수급인 전부(이를 ‘관계수급인’이라 합니다. 산안법 제2조 제9호)에게까지 발생한 산업재해발생건수등에 관계수급인의 산업재해발생건수등을 포함하여 산정합니다. 요약하자면, 1). 도급인의 사업장 자체를 확대하였고, 2). 사업주 범위도 관계수급인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관계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에게만 산재발생의 위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근로자, 나아가 특수형태근로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안전의무는 법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물적, 인적 시설로 나타나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도급인은 물론 관계수급인 모두 돈의 지출을 꺼리게 되는 경향(실은 본능에 가까운!)이 있기 마련입니다. 법률은 지키지 않을 것을 전제로 만듭니다. 그래서 산안법은 도급인에게 안전의무를 확대했습니다(산안법 제5조). 산안법 제5조는 형식은 안전의무이지만, 실질은 안전의무를 위한 돈을 도급인에게 지출하라는 의무입니다.
○산안법 제10조에 따른 재해발생건수 등을 발표하는 고용노동부는 2022년 재해사망자의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수십 년간 변함이 없습니다. MZ세대들이 말하는 ‘복붙(복사해서 붙이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도급인에게 ‘몰빵’해서 안전확보에 필요한 돈을 지출하라고 산안법을 제정하였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물론 이렇게 도급사업을 행하는 도급인에게 돈을 강제적으로 지출할 것을 법률로 제정한 것은 만국 공통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안전의무에 한정해서는 한국과 대동소이합니다. 마이애미의 아파트 붕괴사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1에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은 본래 보호의무는 직접고용한 근로자에게만 발생함을 전제로 파견근로자에게까지 확대됨을 긍정(‘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라는 문구가 그 의미입니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전개는 동일한 사업자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산재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전제를 기초로 합니다. 전쟁터에서 포탄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튀르키에에서 지진이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산재사고의 위험은 파견근로자나 직접근로자나 가릴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을 아울러 규정합니다. 도급인인 사업주에게 이런 책임을 규정한다면 직접고용한 수급사업주에게도 당연히 책임이 부과되어야 합니다. 산안법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까지 그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바, 대법원(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은 그 범위에 대하여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합니다. 이 판례 자체는 구 산안법을 전제로 하는 판결이지만, 수급인은 직접고용한 근로자에게 안전의무가 존재하므로, 현행법으로도 동일한 결론이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2.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한다. 3.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4.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5. “근로자대표”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6.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7.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8. “수급인”이란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9.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 ① 사업주(제77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와 제78조에 따른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6조에서 같다)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함으로써 근로자(제77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제78조에 따른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6조에서 같다)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ㆍ증진시키고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따라야 한다. 1.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 2.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 3. 해당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발주ㆍ설계ㆍ제조ㆍ수입 또는 건설을 할 때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지켜야 하고, 발주ㆍ설계ㆍ제조ㆍ수입 또는 건설에 사용되는 물건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ㆍ기구와 그 밖의 설비를 설계ㆍ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 2. 원재료 등을 제조ㆍ수입하는 자 3. 건설물을 발주ㆍ설계ㆍ건설하는 자 <대법원 판례1> 근로자파견에서의 근로 및 지휘·명령 관계의 성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사용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근로자파견관계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 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약정상 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대법원 판례2>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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