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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그리고 퇴직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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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근로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임금이라는 돈 때문입니다. 그런데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하게 근로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합니다. 사용자의 띠꺼운 소리도 들어야 하고(업무의 지시), 사업장의 선임자인 상사의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거래처 직원의 황당한 갑질도 감내해야 합니다. 근로의 제공이라는 말에는 인간사의 고난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고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꾹 눌러참아야 합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해당 근로자 외에 동료 근로자들도 임금 등 근로조건에 불만이 많습니다. 근로자 개인 차원의 불만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사업주가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똘똘 뭉쳐서 목소리를 내니까 그제서야 행동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세상이 달라집니다. 근로자들의 단결을 노동조합법령이 보장하기까지 합니다. 노동조합이 뭉쳐서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개별 근로계약을 변경하여 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취득하려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그 목적을 서면화한 것을 단체협약이라 합니다.

 

단체협약이 개별 근로계약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노조조끼를 입고 단결투쟁이라는 구호를 외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생기는 것이 있어야 노조운동을 할 동인이 생깁니다. 아무 것도 생기는 것이 없다면 발을 씻고 낮잠이나 자는 것이 이익이 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막상 단체협약이라는 실리를 챙겼다면 기존의 근로계약과의 관계가 문제가 됩니다. 단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또다시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여야 한다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번거롭고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뼈빠지게 노조활동을 한 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특별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구 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이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에 그대로 수용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체협약이란 근본적으로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것이라는 점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단체협약 자체가 후속조치로서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의 변경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근로관계는 강학상 계속적 채권관계라 합니다. 일정시점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관계가 아니라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하는 법률관계입니다. 부부관계도 일종의 특수한 계속적 채권관계입니다. 사실혼 부부가 일정한 기간 동안 살다가 혼인신고를 하는 것처럼, 당사자 사이에는 일정한 기간 구두약정으로 근로관계를 형성하다가 사후에 입사당초부터 근로계약서를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입사시점부터 소급하여 임금을 인상하는 근로계약의 체결도 가능합니다. 최저임금에 반하는 근로계약은 근로계약의 효력을 변경하는 효력이 있기에 이러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근로계약서는 형성적으로도 확인적으로도 체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체협약에서도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단체협약은 근로계약을 변경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법적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구 노동조합법>
36(기준의 효력)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1항의 경우에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도 또한 같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3(기준의 효력)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대법원 판럐>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측과 기존의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동의나 승인의 효력은 단체협약이 시행된 이후에 그 사업체에 종사하며 그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노동조합원이나 근로자들에 대하여만 생기고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위와 같은 효력이 생길 여지가 없다.
.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 부칙에 단체협약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모든 사항은 이 협약에 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경우 위 단체협약에서 특별히 퇴직금 지급률의 변경을 위한 취업규칙의 개정에 관한 사항을 배제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노동조합은 위 단체협약에 의하여 퇴직금 지급률의 변경에 관하여도 소급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위 단체협약 부칙의 의미를 장래에 향하여만 효력을 승인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34073 판결)

대법원(대법원 1992. 7. 24. 선고 9134073 판결)은 이러한 단체협약의 기능을 확인하면서도 퇴직자에게는 그 효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론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의 번복은 소급입법(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 및 사용자에게는 일종의 법규범입니다)에 의한 재산권 침해와 다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리를 떠나 퇴직자는 무한정 존재할 수 있는데, 그 퇴직자에게 단체협약이 무한정 소급하여 적용된다면 법적 안정성은 물론 사용자의 재산은 파탄이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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