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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

<교섭의 거부,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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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오늘의 한석규를 만든 국민드라마 서울의 달이 방영되었습니다. 요즘말로 선비질잘하는 사람들이 비난을 많이 하기도 했던 드라마였지만, 코믹한 상황전개에 기발한 대사, 그리고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어우러져 국민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였습니다. ‘서울의 달에서는 조연배우들의 비중도 비교적 높았는데, 윤미라와 백윤식 커플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윤미라와 백윤식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극중 커피숍 사장으로 분하여 미술교사로 분한 백윤식과 요란스런 연애행각을 벌이는 윤미라의 극중 대사, ‘오늘 비빔밥을 먹을까, 볶음밥을 먹을까?’라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빔밥과 볶음밥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는 극중에서 재미를 북돋워주는 촉매이지만, 이것을 미시경제학 차원에서 확대하면 이것은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인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으로 환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시정경제질서 하에서의 가격결정의 근간입니다. 생산자는 제한된 자원을 최적으로 조합하여 소비자에게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각 생산자가 생산한 제화 중에서 가장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화를 소비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의 원리입니다. 생산의 효율성은 직업의 자유, 그리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전제로 이윤극대화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며, 소비의 효율성은 유효수요를 전제로 합리적 소비의 귀결입니다. 양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은 대내경제는 물론 무역이라는 대외경제의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선택의 자유는 경제적 영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동창모임에 가는 것도 선택의 결과이고, 낚시모임이나 골프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선택의 결과입니다. 취업을 하는 것도 사직을 하는 것도 모두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시장경제입니다. 투표라는 정치적 선택도 역시 자유입니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었다는 것은 당해 선택의 대상 자체가 제한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의 강제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또한 선택의 자유라는 것은 이렇게 시장경제의 근간이기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반드시 합리적 이유에 기초한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법의 영역에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응하여야 한다는 교섭강제의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시장경제의 일반원리를 따르자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교섭을 하자고 하더라도 무시하고 쌩까면그만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용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 지구상에서 그 어떤 사용자도 노동조합과 교섭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사용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라는 금지행위로 규정하면서 형벌을 부과합니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

 

이렇게 노동조합법에서 교섭강제를 규정한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한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이란 노동조합법이라는 실정법에서 교섭강제를 보장하지 아니하면 그냥 풍선껌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교섭강제라는 것은 노조위원장에게 미모의 연예인 애인을 보장해달라는 것처럼, 노동조합의 생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교섭금지사항이나 물리적 불가능한 사항 등 사용자가 수용이 불가능한 것까지 교섭강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교섭강제가 되는 사안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2.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다만, 노동조합이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을 때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의 체결은 예외로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에서 제명된 것 또는 그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다.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제24조제2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 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 및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
5.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노동위원회에 대하여 사용자가 이 조의 규정에 위반한 것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1항제4호단서에 따른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2.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3.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4.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5.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


<대법원 판례>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81조 제3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쟁의행위는 단체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쟁의기간 중이라는 사정이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한편 당사자가 성의 있는 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교섭의 진전이 더 이상 기대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측으로부터 새로운 타협안이 제시되는 등 교섭재개가 의미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한 사정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사용자로서는 다시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사용자인 피고인이 노동조합측이 정한 단체교섭 일시의 변경을 구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위 교섭일시 전에 노동조합측에 교섭일시의 변경을 구하는 등 교섭일시에 관한 어떠한 의사도 표명한 적이 없었던 경우, 피고인이 노동조합측이 정한 일시에 단체교섭에 응하지 아니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8606 판결)

언제나 그렇듯 그 해답은 해당 법조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정당한 이유의 존부를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라는 일반조항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8606 판결)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진리의 케바케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렇게 막연하게 판단한 것이 무책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천태만상인 교섭상황에서 특정한 상황을 전제로 일의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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