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퇴직금’이라는 명칭의 퇴직급여는 지급받지 않지만, 퇴직금상당액은 퇴직연금, 퇴직연금일시금 등을 받습니다(공무원연금법 제28조). 1980년대 ‘고문기술자’로 악명이 높았고, 고 김근태 의원이 실제 피해자였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남영동 1985’의 ‘고문기술자’로 이경영이 열연했던 모델이기도 했던 이근안의 ‘퇴직금청구소송’이 포털의 메인부터 각 언론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언론사가 ‘퇴직일시금’이 아닌 ‘퇴직금’의 청구로 서술을 하였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20년 이상 근무를 해야 퇴직연금이나 퇴직연금일시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구 공무원연금법 제46조). 이근안은 근 19년간 근무를 했기에, 현 공무원연금법으로는 10년 이상 근무자도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일시금’이 아니라(현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1항), ‘퇴직일시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근안이 청구한 것은 퇴직일시금입니다. 그런데 이근안의 청구에는 소멸시효라는 장애물이 등장합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퇴직금의 소멸시효는 민법상 채권의 원칙적 소멸시효인 10년이 아니라(민법 제162조 제1항), 5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공무원연금법 제88조 제1항). 그런데 이근안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들고나온 것이 소멸시효남용론입니다.
○소멸시효남용론으로 들고나온 이근안의 주된 논거는 국가가 은행에 퇴직금을 맡겼으면서도 부인이 찾아가려 하자 거부한 점, 그리고 지급하지도 않았음에도 지급한 것으로 정부문서에 기재한 점, 나아가 이근안이 퇴직금미지급사실의 확인 요구에 국가가 확인을 해준 점 등울 기사로나마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가 형성한 소멸시효남용론은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국가권력의 남용과 같이 객관적인 사유이고, 이근안의 경우에는 법원이 이근안 본인의 과실이라는 주관적 사유는 해당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공단은 이 씨의 퇴직금 지급 청구권이 시효가 다 돼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직연금 일시금 지급 청구권은 당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그 소멸시효 기간이 5년인데, 이 씨는 1989년 3월 퇴직했고 이 씨의 청구에 따라 정부가 퇴직연금 일시금을 은행에 이체했지만 지급되지 않았다"면서, "본 소송은 2020년에 제기돼 이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씨는 "정부가 퇴직연금 일시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지급했다고 허위로 알려줘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았다",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의 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56&aid=0011110009 <공무원연금법> 제28조(급여) 공무원의 퇴직ㆍ사망 및 비공무상 장해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급여를 지급한다. 1. 퇴직급여 가. 퇴직연금 나. 퇴직연금일시금 다. 퇴직연금공제일시금 라. 퇴직일시금 제43조(퇴직연금 또는 퇴직연금일시금 등) ① 공무원이 1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1. 65세가 되는 때 중략 ③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원하는 경우에는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갈음하여 퇴직연금일시금을 지급하거나, 10년(퇴직연금ㆍ조기퇴직연금 또는 퇴역연금의 수급자가 제26조에 따라 재직기간을 합산받은 경우에는 그 합산받은 재직기간)을 초과하는 재직기간 중 본인이 원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갈음하여 퇴직연금공제일시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제51조(퇴직일시금) ① 공무원이 10년 미만 재직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퇴직일시금을 지급한다. 중략 제65조(형벌 등에 따른 급여의 제한) ①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줄여 지급한다. 이 경우 퇴직급여액은 이미 낸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 제379조에 따른 이자를 가산한 금액 이하로 줄일 수 없다. 1. 재직 중의 사유(직무와 관련이 없는 과실로 인한 경우 및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제3항에서 같다)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2.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경우 3.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ㆍ유용으로 징계에 의하여 해임된 경우 ②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 해당되어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줄여 지급한 후 그 급여의 감액 사유가 소급하여 소멸되었을 때에는 그 감액된 금액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③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형사재판이 계속 중일 때에는 퇴직급여(연금인 급여를 제외한다)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급여의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 지급 정지하였던 금액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④ 재직 중의 사유로 「형법」 제2편제1장(내란의 죄), 제2장(외환의 죄), 「군형법」 제2편제1장(반란의 죄), 제2장(이적의 죄), 「국가보안법」(제10조는 제외한다)에 규정된 죄를 지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이미 낸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 제379조에 따른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되 급여는 지급하지 아니한다. 제88조(시효) ① 이 법에 따른 급여를 받을 권리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중략 <민법>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
○민법 제168조는 ‘청구’를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 구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상 본인이 아닌 가족 등의 청구는 적법한 청구가 아닌 것으로 규정한 점을 주목하여 법원은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를 부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무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안에서 채권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은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이 판례법으로 형성한 소멸시효남용론인데, 이 이론의 기초가 민법상 권리남용론에서 기인한 만큼 그 법리의 수용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이근안은 이미 8순을 넘긴 노인인데, 돈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물욕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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