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언론사, 주로 공중파의 광고시장은 우스갯소리로 ‘나이키와 프로스펙스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올림픽이 부른다. 프로스펙스!’하고 장군을 부르면, ‘승리의 화신, 나이키’가 장군을 불렀습니다. 그 시절에도 국뽕마케팅은 존재했습니다. ‘안방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상표 프로스펙스’를 내세워서 광고시장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대세는 단연 ‘세계브랜드’ 나이키였습니다. 심지어 가격이 약간 더 비싼 나이키가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나이키나 프로스펙스나 모두 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에서, 그리고 나이키는 화승에서(르까프를 만드는 그 화승!) 각각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나이키의 70%를 화승에서 만든다는 광고를 당시 화승 측에서 자랑스럽게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화승 나이키’라는 광고카피가 유행까지 탈 정도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실은 OEM생산이었지만, 마치 자사브랜드인 양 화승 측의 광고는 불을 뿜었습니다. 화승 측에서는 한국인의 세심한 손재주가 세계인이 신는 나이키를 만든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만들곤 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화승이 나이키를 잘 만들어서 나이키가 잘 팔린다고 읽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갑은 나이키였습니다. ‘이제부터 나이키는 나이키가 만든다!’라는 성우 조명남의 강렬한 멘트로 광고시장에서 화승과의 결별을 선언한 나이키 본사는 아웃소싱을 통한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나이키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묵시적으로는, 나이키의 품질과 디자인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며, 화승이 잘 만든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나이키 본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태광실업이 일부를 ODM으로 생산했지만,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한 나이키는 폭발하였습니다. 중국시장에서 나이키는 아메리칸드림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등극했습니다. 역시 갑은 본사였고 OEM업체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나이키와의 결별(실은 OEM계약해지) 이후 르까프로 시장에 호소를 했지만, 역시 안방브랜드였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후발브랜드로 선두기업이었던 아디다스를 추격하던 나이키가 막상 압도적 선두로 등극하자 ‘그놈의 자만심’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디자인과 품질 모두 후발업체에 밀렸습니다. 고객은 브랜드도 중시하지만 결국은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기능에 점수를 주기 마련입니다. 내 몸에 걸치고 신는 브랜드는 당연히 인체공학에 부합하고, 내구성, 그리고 디자인이 우월한 업체에 손이 가는 법입니다. 그리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다음 <기사>처럼 나이키의 주가는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할인마트에서 땡처리로 굴욕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나이키는 대규모 감원과 OEM공장의 축소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 속의 내용은 의문이 있습니다. ‘존 도나호 CEO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 답은 명확하다며 '원격근무'를 꼽았습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줌(Zoom)' 같은 원격 회의로는 파괴적 혁신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내구성이나 디자인은 높일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업체의 품질이 좋은 것은 원격근무를 하지 않은 결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오랜 기간 나이키가 선두를 고수한 것이 원격근무를 하지 않은 결과라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노동시장은 상품시장의 파생시장입니다. 나이키라는 상품이 좋아야 인력의 고용이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노동법질서도 가치가 부각되는 것입니다. 굶어죽고 망해가는 판이라면 노동법은 파산절차 등에서 임금채권보호 수준의 법적 장치가 발동하는 것에 그칩니다. 밥 먹고 사는 차가운 노동현실을 규율하는 법질서가 노동법질서입니다. 나이키라는 절대강자도 상품시장의 외면을 받으면 주가의 하락이라는 시련을 겪기 마련이고, 근로자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노동법은 독야청청 존재하는 법질서가 아닙니다.
세계 운동화 시장은 최근 지각변동 중입니다. 양대산맥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고, '온 러닝(On Running)' '호카(Hoka)' 두 신생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나이키의 타격이 큽니다. 최근 1년 주가를 보면, 아디다스는 악재 속에도 저점 대비 약 40% 상승. 나이키는 반대로 고점에서 20% 정도 떨어졌습니다. 2021년 역대 최고점보다는 거의 50% 빠졌습니다. 나이키가 갑자기 늙었다는 시장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에어포스1 같은 예전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쉽게 말해, 신제품 가뭄이란 비판입니다. 존 도나호 CEO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 답은 명확하다며 '원격근무'를 꼽았습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줌(Zoom)' 같은 원격 회의로는 파괴적 혁신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98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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