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설악동의 폐허로 안내하였습니다. 오래전에 바로 그곳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망가진 폐허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7080시대에 설악산과 경주는 국민관광지이자, 수학여행의 성지였습니다. 그 시절에 중고시절을 보낸 분들치고 설악산과 경주를 모르고 졸업 자체가 어려웠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정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gp9L5DpM4
경주에서는 그 유명한 석굴암과 불국사, 그리고 첨성대를 보면서 ‘국뽕’을 맛봤으며, 설악산에서는 교과서에서 화려한 필치로 설악산을 칭송하는 유명 문인들의 글귀를 직접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영수에 찌든 일상을 합법적으로 도피할 수 있다는 쾌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견문을 넓힌다는 그럴듯한 명분보다는 지겨운 공부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달콤했습니다. 국민관광지에서 찍는 사진은 졸업앨범에 버금가는 학창시절의 증명사진이기도 했습니다. 여행의 추억은 사진으로 남는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생 자체가 ‘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 ‘애’, 그리고 ‘락’도 존재하기 마련이듯이, 수학여행이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학여행용 숙소의 열악함, 그리고 황당한 식사의 불쾌감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세탁을 하는지 마는지 청결과는 거리가 있는 이불과 요, 그리고 평생 겪지 못한 불량식사는 수학여행의 즐거움을 앗아갔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낯선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중에서 먹는 즐거움은 큽니다. 이국적인 맛의 감흥은 여행의 즐거움의 비중에서 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수학여행지에서 봉변에 가까운 음식은, 아예 음식테러라 불러도 무방한!, 불쾌감을 아직까지 남겼습니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설악산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겠다!’라는 비분강개를 발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수학여행에서의 추억보다는 불쾌감이 더 진하게 남습니다. 게다가 평생 지속됩니다. 그래서인지 위 유튜브의 영상처럼 폐허를 초래한 것입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한 번은 당할 수는 있어도 두 번은 당하지 않는 것이 소박한 민초의 소심한 복수심입니다. 너무나 많은 학생들을 울렸어도 대체할 수학여행지가 없다는 이유로, 경주와 설악동의 업자들은 악덕상행위를 지속하였습니다. 어쩌면 유튜브 속의 폐허란 자업자득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입도세’를 주창하면서 바가지상혼에 열을 올리던 제주도 상가가 썰렁하다는 뉴스를 보면 역사는 반복하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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