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규제에는 포지티브 방식과 네거티브 방식이 있습니다. 전자는 특정한 사안에 한하여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을 말하며, 후자는 특정한 금지사항의 경우 외에는 전부 허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전자는 이러저러한 허용의 경우 외에는 전부 금지하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이러저러한 금지 외에는 전부 허용하는 경우입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상 파견의 대상은 근로자파견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바,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 등’이라는 제목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만’, 즉 전형적인 포지티브 방식으로 파견을 허용합니다. 그래서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은 파견대상 직종을 법정합니다. 나머지 업종은 파견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파견대상 직종이 아닌 경우에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간의 고용관계가 문제됩니다. 이미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근로를 하는 현실을 법률이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파견근로관계는 사법상의 법률관계이며, 파견금지대상은 전형적인 행정법상의 규제로 강학상 단속규정이라 불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포장마차처럼 무허가점포에서 밥을 먹어도 밥값은 내야 한다는 것이 소박한 국민법감정입니다. 같은 이치로 위법한 파견근로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도 임금은 줘야 합니다. 행정법상 단속규정이란 이런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은 이러한 위법한 근로관계의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합니다(제6조의 제1항 제1호). 직접고용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사용사업주에게만 부여된 의무로서 편면적 강행규정이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고용을 하려 하는 경우에는 어떤 직종의 어떤 직위를 부여할 것인가 문제입니다. 같은 조 제3항에 법정을 했습니다. 1.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를 것, 2.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구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1호의 동종 또는 유사업무의 경우에는 그대로 고용하면 됩니다만, 사용사업주의 직제에서 동종 또는 유사업무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2호의 규정이 등장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1다245542 판결)는 바로 제2호의 사례입니다.
○사안은 한국도로공사 상황실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이 피고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입니다. 원고들은 위법한 파견근로관계이므로, 근로자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은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함이 원칙이다.’라고 판시하여 직접고용의무에 따른 고용관계는 정규직이 원칙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서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가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희망하였다거나,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어 파견근로자로서도 애초에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체결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 등과 같이 직접고용관계에 계약기간을 정한 것이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 및 목적을 잠탈한다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했으나, 정규직이 워너비인 파견근로자에게 예외적인 경우는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근로자파견 대상 업무 등) ①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경우는 제외한다) 중략 ③ 제1항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의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를 것 2.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될 것 <대법원 판례> 파견법 제6조의2는 제1항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 사용사업주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제3항에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이하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라 한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르고(제1호),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저하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호).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는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하여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아니하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22836 판결 참조).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1다245542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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