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이후에 한국의 노동시장은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비정규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생소한 말을 꺼낸 IMF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한국노동시장 자체의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정치권은 무리하고 황당한 IMF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같은 대표적인 비정규직법의 제정은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의 남발을 전제로 합니다.
○비정규직법에게는 2년이라는 기간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모두 비정규직을 규율하고 있지만, 2년 경과의 효과에 대하여 양자를 그 규율을 달리 합니다. 근로자파견법은 ‘직접고용의무(근로자파견법 제6조의2)’를, 기간제법은‘무기계약직의 간주(기간제법 제4조 제2항)’를 각각 규정합니다. 간혹 양자를 헷갈리는 분들이 있지만,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는 직접 고용관계가 부존재하기에 ‘간주’제도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 제도로 인하여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는 사용자에게는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정규직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시용기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파견근로자의 경우에 2년을 경과한 경우에 언제까지 고용하여야 하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비정규직의 기간을 제한하려는 취지상, 그리고 기간제법과의 형평상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사가 천태만상이듯이 파견근로자가 사용자의 직접고용의무의 효과를 포기하고 기간제근로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학업을 위하여 파견근로자 생활을 하다가 파견근로자생활을 포기하고 전업학생의 길을 희망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파견근로자의 생활을 하다가 아예 창업의 길을 가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희망하였다거나,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어 파견근로자로서도 애초에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체결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 등과 같이 직접고용관계에 계약기간을 정한 것이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취지 및 목적을 잠탈한다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직접고용의무가 오히려 파견근로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특별한 사정’의 증명이란 민사소송법상 추정사실, 즉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과 반대되는 전제사실, 가령 근로자가 원했다는 등의 전제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추정사실과 반대되는 전제사실이라는 간접사실을 사용자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간접사실을 증명하여 추정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고 하여 이를 보통 간접반증이라 합니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1). 파견근로자로 채용되었다는 사실, 2). 2년의 기간이 경과했다는 전제사실을 파견근로자가 증명함으로 인하여 3). 직접고용의무의 발생이라는 추정사실(주요사실)이 추정되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사용자는 간접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증명책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반증과 본증은 민사소송법 교과서에는 별개의 것으로 설명을 하지만, 증명이든 반증이든 법관이라는 사람이 결국에는 믿는 정도에 달린 사안이기에 현실에서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상으로도 주요사실 내지 추정사실에 대하여 반증인 것이지 전제사실의 증명 자체는 증명에 해당합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고용의무)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제5조제3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3. 제6조제2항을 위반하여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4. 제6조제4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5. 제7조제3항을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② 제1항은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제1항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의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를 것 2.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될 것 ④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업무에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대법원 판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6조의2 제1항(이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다만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서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가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희망하였다거나,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어 파견근로자로서도 애초에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체결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 등과 같이 직접고용관계에 계약기간을 정한 것이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취지 및 목적을 잠탈한다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관하여는 사용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면서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근로계약 중 기간을 정한 부분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파견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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