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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인사노무자료실

<근로자의 징계, 명예훼손적 발언, 그리고 공공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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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자동차 추격장면입니다. 엄청난 운전솜씨로 추격을 벌이는 장면은 긴장감과 몰입감이 최고이며, 한마디로 흥미만점입니다. 특히 제이슨 스타댐의 프랜스포터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자동차 운전솜씨는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분노의 질주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일련의 운전솜씨도 신이 저절로 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는 영화로만 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에서 저런 운전을 하면 주인공들은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악당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타인의 자동차를 포함한 재산을 파손하면서까지 추격하고 체포할 권리는 없습니다.

 

굳이 법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국민상식 차원에서 목적(악당의 박멸)이 정당하더라도 수단(타인의 자동차 등 재산의 훼손)이 정당하지 않으면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민법상으로도 긴급피난에 따른 배상책임의 면제사유는 있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치고 긴급피난의 요건에 맞는 경우는 거의 찾기가 어렵습니다. 국산영화 범죄도시에서 주인공 마동석의 범인을 잡는 화려한 액션 뒤에 여경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언급하는 것이 무척이나 현실적입니다. 나쁜 놈이라도 적법절차를 준수한 응징만이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1>은 징계절차에 회부된 피징계자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한 경우, 즉 명예훼손적인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게시한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다룬 것(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6416 판결)입니다. 원심은 부수적으로 당해 피징계자에게 망신을 주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형법 제310)이 뚜렷하므로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이를 달리 봤습니다.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것과 징계절차가 확정되었다는 것을 구분하여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고,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징계의 확정 후에 게시하여도 늦지 않은 것이며(사견으로는 확정된 징계사실이라도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 역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징계절차 이후에 무혐의로 판명이 날 수도 있음에도 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치 확정된 사실로 동료 근로자들에게 오인시킬 수도 있기에, 결과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망신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은 점 등을 들어서 이러한 일련의 게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민법 제764조의 한정위헌 판결(헌법재판소 1991. 4. 1. 선고 89헌마160 판결)의 취지와 일맥상통합니다. 징계 그 자체도 불명예스러운 상황임에도 범죄자에게도 하지 않는 게시판 망신주기는 과도한 명예훼손이라 보는 것이 맞습니다. 법원의 실무를 보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명예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익명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름을 홍길동이 아닌 0이라고 표기를 합니다.

 

<형법>
307(명예훼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10(위법성의 조각) 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1>
[1]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여기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ㆍ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2] 회사에서 징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인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이 기재된 문서를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공지하는 것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6416 판결)


<대법원 판례2>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

명예훼손적 언동은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수반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기에, 대법원(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50213 판결)은 판례법으로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이라는 특수위법성조각사유를 민사책임에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기는 하지만, 피징계자에게 적법절차의 원리도 무시하고 개망신을 줘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칼로 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로 벤 상처는 평생 치유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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